배고픈 사람은 없다고 우겼던 자정의 거짓말
8월의 신베이 하늘은 누군가 반복해서 구겨놓은 편지봉투처럼 눅눅하고 탁했다. 공랴오의 바닷바람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불쾌함을 더했고, 도자기 박물관의 정적은 습기를 가득 머금어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다. 우리는 '모험'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길을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젖은 옷가지의 서늘함과 서로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시간이 더 많았다. Tai Bei Fu Xin Da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마치 구원처럼 느껴졌다. 체크인을 마치고 올라온 우아한 스위트 객실의 넓은 공간을 마주하자, 팽팽했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며 누군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우리, 사실 좀 배고프지 않아?"
우리는 홀린 듯 다시 밖으로 나갔다. 밤공기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고른 간식들이 든 비닐봉지가 손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대단한 성찬은 아니었다. 짭조름한 대만식 차 계란 몇 알과 혀끝을 자극하는 차가운 푸딩, 그리고 이름 모를 현지 과자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가벼운 봉투가 주는 안도감은 무엇보다 컸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어던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여행의 진짜 목적지가 이곳, Tai Bei Fu Xin Da Fan Dian의 하얀 시트 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짭조름한 계란 껍질과 달콤한 푸딩 사이의 진심
"우리 이번 여행 컨셉이 모험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냥 '비 맞기 대회'였던 것 같아."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편의점 봉투를 보며 친구가 낄낄거렸다. 그는 아직 덜 마른 티셔츠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눅눅한 웃음을 지었다.
"야, 그래도 도자기 박물관은 괜찮았잖아. 그 묘한 정적 말이야.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고."
"정적 같은 소리 하네. 너 거기서 꾸벅꾸벅 졸았잖아. 내가 다 봤어."
우리는 서로를 깎아내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차 계란의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짭조름하고 구수한 향이 쾌적한 객실 공기 속에 빠르게 퍼졌다. 셋이서 침대 위에 엉켜 앉아 있어도 공간이 남을 만큼 넉넉한 방의 크기만큼이나, 우리의 대화는 느슨하고 편안하게 흘러갔다.
"근데 이 푸딩, 생각보다 훨씬 달다. 혀끝에 쫀득하게 붙는 느낌이야."
"그게 바로 대만의 맛이지. 이 끈적한 날씨랑 딱 어울리는 농도라고."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몰골을 보며 툭툭 말을 내뱉었다. 누구 하나 '치유'니 '성장'이니 하는 거창한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달콤한 푸딩을 나누어 먹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호텔 근처에 배팅장과 대형 마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땀이라도 흘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봐. 너 아까 바다에서 신발 젖었을 때 조금 울 뻔했지?"
"웃기지 마. 난 그냥 파도가 너무 세서 놀란 것뿐이야!"
서로를 적당히 무례하게 대할수록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잘 보일 필요 없는 관계, 적당히 다정하고 적당히 짓궂은 친구들. 우리는 그렇게 8월의 습기를 야식과 함께 씹어 삼켰다.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의 안식
봉투는 비었고, 뜨거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로 흩어져 누웠다. 몸을 감싸는 시트의 매끄러운 촉감과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덮이자, 비로소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방 안에는 낮은 기계음의 에어컨 소리만이 일정한 리듬처럼 남았다. 창밖으로는 신베이의 밤 풍경이 희미하게 보였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었지만, 두꺼운 유리창 너머의 일이라서인지 아주 멀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충만함에 가까웠다. 함께 눅눅함을 견디고, 함께 단 것을 먹고, 함께 누워 있다는 감각만으로 충분했다. 누군가 낮게 코를 골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 이 방의 유일한 음악이 되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생에 대단한 모험이 꼭 필요할까. 젖은 신발을 신고 투덜거리다가, 결국 넓은 호텔 침대 위에서 푸딩 하나에 만족하는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여행이 된다. 나는 눈을 감았다. 8월의 밤은 길었고, 우리는 충분히 게을렀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스탠드 조명의 은은한 빛이 발끝에 머물렀다.
- 세븐일레븐의 짭조름한 차 계란과 달콤한 망고 푸딩의 단짠 조합
- 호텔 인근 야시장에서 포장해온 바삭한 지파이와 시원한 캔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