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136번 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산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길고 아득했다. 차창을 반쯤 내리자 11월의 서늘한 산 공기가 훅 끼쳐왔고, 그 속에는 눅눅한 흙내음과 짙은 침엽수 향이 섞여 있었다. 해발 800미터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Jiu Tong Shan Min Su chill hill cottage Fa Die Chu Fang 、 Zhi Qiu Zhuang Yuan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가을 햇살을 머금어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한 남프랑스풍의 하얀 외벽이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빳빳하게 다려진 흰색 리넨 시트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손끝으로 만져본 시트는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웠고, 낮게 깔린 조명은 공간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저 이 공간이 주는 물리적인 정갈함이 좋았다. 적당한 무게감의 매트리스 위에 몸을 누이면, 마치 중력이 조금 더 강해진 곳에 온 것처럼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고요해지는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안개 너머로 흐르던 침묵의 거리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도착한 순간부터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색함이라기보다, 이 압도적인 고요함 속에 섣부른 말을 얹어 풍경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약속 같았다. 그는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밖을 내다보았고, 그의 뒷모습 너머로는 옅은 안개가 산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좁은 차 안에서 느꼈던 묘한 긴장감이 이곳의 높은 천장 아래서 조금씩 헐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괜찮은 거리, 하지만 손을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거리. 그 적당한 간격이 주는 안도감이 나를 숨 쉬게 했다. 우리는 그저 함께 있었다. 정해진 일정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서늘한 공기 속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했다.
흩뿌려진 빛의 조각들이 가르쳐준 것
저녁 무렵, 예약제로 운영되는 버터플라이 키친에서 식사를 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요리들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 하얀 무늬를 그렸다. 지역 식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들은 과하지 않았고, 씹을 때마다 재료 본연의 정직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낮의 운해는 사라지고, 대신 타이중 시내의 야경이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졌다. 어둠이 내린 산 아래로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검은 벨벳 위에 흩뿌려진 소금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그 빛들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켜놓은 수만 개의 작은 삶들이 저 멀리서 명멸하는 광경을 보며, 우리 사이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보이지 않는 실타래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억지로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호흡. 우리는 같은 빛을 보고 있었고, 같은 서늘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창밖으로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들려오고, 방 안은 포근한 온기로 가득 찼다.
- 버터플라이 키친의 저녁 식사는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 시도 136번 도로의 드라이브 코스를 통해 천천히 산의 호흡을 느끼며 오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