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의 화살표를 맹신하며 굽이진 길을 올랐다. 창문을 내리자 눅눅한 흙 내음과 진한 솔향이 훅 끼쳐왔다. 누가 먼저 멀미를 할지 내기를 걸었지만, 결국 모두가 창밖의 짙은 초록색에 홀려 멍하니 풍경만 삼켰다.
바삭하게 구워진 피자 도우가 입안에서 경쾌하게 부서졌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라 그런지, 우리만의 아지트에 숨어든 기분이었다. 배경음악 대신 산골짜기를 메우는 개구리들의 리드미컬한 합창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게 무슨 탐험이야, 겨우 10미터 걷는 건데." 친구가 짐짓 심각하게 투덜거렸다. 우리는 그 녀석의 근거 없는 모험심을 한참이나 비웃었지만, 정작 본인의 입가에는 빨간 소스가 잔뜩 묻어 있었다. 투덜거림조차 즐거운 소음으로 들리는 밤이었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표는 '최대한 무용하게 존재하기'였다. 누가 더 오래 누워 있을 수 있는지 내기를 시작했지만, 빳빳하고 서늘한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무장해제되었다. 결국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들며 내기는 허무한 무승부로 끝났다.
오후 다섯 시, 계곡 아래로 햇살이 천천히 고요해졌다. 하늘은 주황빛에서 보랏빛으로 멍든 것처럼 짙게 물들어갔다. 아름답다는 상투적인 말 대신, 우리는 그 색깔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서로의 어깨를 맞댔다. 침묵이 이토록 포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해발 800미터의 공기는 서늘했고, Jiu Tong Shan Min Su chill hill cottage Fa Die Chu Fang 、 Zhi Qiu Zhuang Yuan의 남프랑스풍 하얀 벽면은 달빛을 받아 창백하게 빛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온화한 조명과 쾌적한 온도가 지친 몸을 감싸 안았다. 그저 눕기만 해도 삶의 모든 결핍이 채워지는 공간이었다.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10월의 운해가 산허리를 집어삼켜 거대한 솜사탕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예상치 못한 풍경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우리는 잠결에 서로를 흔들어 깨워 창가로 불러 모았다.
밤이 깊어지자 발아래로 타이중 시내의 불빛들이 쏟아졌다. 멀리서 보면 누군가 검은 벨벳 위에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였다. 도시의 소음은 닿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도감. 이곳이라면 다시 돌아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름의 품에서 보낸 며칠은 더없이 다정했다.
- 법접 주방의 저녁 식사는 반드시 예약해. 안 그러면 야경만 보며 배고픔과 싸워야 해.
- 10월의 술통산은 꽤 쌀쌀하니까 얇은 겉옷 꼭 챙겨. 운해를 마주할 때 필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