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찻잔 받침. 거칠게 깎인 표면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투박한 생명력이 전해진다. 짙은 갈색의 나뭇결 사이로 6월 타이중의 눅눅한 습기가 깊게 스며들어 있고, 야외 찻집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그것은 방금 전 쏟아진 소나기를 머금어 묵직한 무게감을 띤다. 표면 위로 동그랗게 맺힌 빗방울들이 낮은 조도를 반사하며 보석처럼 빛나고, 공기 중에는 젖은 흙내음과 싱그러운 풀향기가 섞여 낮게 깔려 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나무가 주는 안도감이 손바닥을 타고 흐른다.
낯선 불편함이 가져다준 거리
"어, 여기 화장실이 없네?"
그가 당황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최상층 쌍인방에 들어선 그는 한참 동안 욕조와 샤워기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그의 당혹감이 섞인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공용 화장실로 가야 한대. 저기 복도 끝에 있겠지."
"이 넓은 별장에 화장실 없는 방이 있다니, 좀 이상하지 않아?"
그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그것도 나름의 재미 아닐까."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같이 가야겠네. 길 잃어버리지 않게."
우리는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436제곱미터라는 거대한 공간이 우리 두 사람의 규칙적인 발소리로만 채워졌다. 그 울림은 마치 이 넓은 세상에 우리만 남겨진 것 같은 묘한 고립감을 주었다. 조금은 불편한 구조였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가까이 붙어 걸어야 했다. 어깨가 살짝 맞닿는, 나쁘지 않은 거리였다.
무용한 시간들이 엮어낸 다정함
Da He Ding Ji Du Jia Zhuang Yuan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일곱 개의 침실이 있는 이 압도적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길을 잃어도 좋을 만큼의 해방감을 느꼈다. 야외 수영장의 미지근한 물은 피부에 매끄럽게 감겼고, 농구 코트와 배드민턴 코트의 텅 빈 정적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처럼 다가왔다. 야외 주방에서 함께 깎아 먹은 망고의 진한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질 때, 근처 연꽃 단지에서 불어온 바람이 옅은 꽃향기를 실어 날랐다.
우리는 노래방 기계 앞에서 노래 한 곡 부르지 않은 채 깜빡이는 전원 램프의 붉은 빛만 응시했고, 마작 테이블의 매끄러운 상판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의미 없는 리듬을 만들었다. 생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용한 시간들이었지만, 그 틈새로 우리 사이를 팽팽하게 조이고 있던 긴장감이 천천히 느슨해졌다. 꽉 묶여 있던 마음의 매듭이 물에 젖어 서서히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최상층 방의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자, 뽀얀 김이 서서히 피어올라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 몽환적인 안개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낮은 숨소리에 집중했다. 굳이 많은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온도가 좋다고, 함께 있는 이 정적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70퍼센트의 힘만 쓰며 나른하게 누워 있었던 그 오후,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솔직한 체온을 전했다. 젖은 발로 거실을 가로질러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빳빳한 세제 냄새가 나는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Da He Ding Ji Du Jia Zhuang Yuan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의 속도에 맞춰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창밖으로 다시 낮은 빗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그저 함께 누워 있었다.
- 최상층 객실 이용 시 복도 공용 화장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세요.
- 야외 주방에서 제철 망고를 곁들인 티타임을 즐겨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