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첫째의 운동화 끈이 풀려 있었다. 아이는 그것도 모른 채 436제곱미터라는, 집이라기보다 하나의 작은 세상 같은 거실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뒤따라오던 둘째가 가방에서 애착 인형을 떨어뜨렸고, 나는 그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매끄러운 바닥 위로 캐리어 바퀴가 구르며 내는 둔탁한 마찰음이 넓은 공간을 타고 메아리쳤다. 짐을 푸는 과정은 마치 치밀한 전략 없이 시작된 팀 작전 같았다. 누가 옷가지를 정리하고 누가 세면도구를 배치할지 정하지 않은 탓에, 거실은 순식간에 알록달록한 옷가지와 장난감들로 뒤덮였다. 하지만 그 무질서함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거대한 공간이 우리 가족의 소란스러운 생동감을 너그럽게 받아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열린 문틈으로 4월의 미지근한 바람이 섞여 들어와 콧등을 간질였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은 엉망인 상태로, 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가득 품은 채 Da He Ding Ji Du Jia Zhuang Yuan에 발을 들였다.
지도 밖의 발견, 아이들이 찾은 작은 천국
아이들에게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일정표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마당 한편에 자리 잡은 농구 코트를 발견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약속된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오렌지색 공이 바닥에 튀며 내는 규칙적인 리듬이 정원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뜨렸다. 4월의 타이중은 한없이 친절했다. 공기 중에 흩날리던 하얀 오동나무꽃 잎들이 아이들의 머리 위로, 그리고 땀에 젖은 작은 어깨 위로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마치 누군가 축복처럼 하얀 가루를 뿌려놓은 풍경이었다.
“아빠, 여기 노래방 기계가 있어요!” 둘째의 날카로운 외침에 달려가 보니, 실내에 마련된 노래방 시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가수가 된 아이들의 서툰 노래를 감상해야 했다. 가사는 엉망이었고 박자는 제멋대로였지만, 마이크를 잡은 아이들의 눈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였다. 그때쯤 야외 주방에서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바람을 타고 거실까지 진하게 흘러들어왔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공을 던지고, 엉터리 노래를 부르고, 맛있는 냄새에 설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사소한 발견들에 온 마음을 다해 환호했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리라.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관찰하며,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쌉싸름한 커피 향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섞여 묘한 평온함을 만들어냈다.
침묵의 시간, 물결 위에 띄운 휴식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깊은 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집 안에는 다시금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천천히 야외 욕조로 향했다. 밤공기는 피부를 살짝 수축시킬 만큼 서늘했지만, 욕조 속의 물은 기분 좋게 뜨거웠다. 몸을 천천히 담그자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웠다. 마치 얇고 부드러운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대기 층 방에는 변기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소한 불편함 덕분에 우리는 더 자주 복도를 걷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공용 공간을 오갔다. 그런 인간적인 구석이 오히려 이 집의 온기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욕조 끝에 머리를 기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쏟아질 듯 많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한 빛이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거나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직 규칙적인 물소리와 나의 깊은 호흡 소리만 들리는 순간이었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어깨에 닿았다. 그 찰나의 서늘함과 물속의 뜨거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는 비로소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비로소 완벽한 시간이었다. Da He Ding Ji Du Jia Zhuang Yuan의 밤은 그렇게 나를 온전히 회복시켜 주었다.
다시 묶는 신발 끈, 마음속에 담아가는 조각들
어느덧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이제야 이 집의 모든 구석이 익숙해졌는지, 떠나기 싫다며 빳빳한 침대 시트를 꼭 쥐고 있었다. 짐을 다시 챙기는 과정은 올 때보다 훨씬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고, 구겨진 옷들을 대충 밀어 넣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현관을 나서기 전, 나는 아이의 풀린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묶어주었다. 아이의 옷깃에는 여전히 작은 하얀 꽃잎 하나가 조용히 붙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곳에서의 기억도 그렇게 작은 조각으로 남아 우리 삶의 틈새를 채울 것이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절반은 사소한 다툼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의미 없는 농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함께였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변화는 없었을지 모른다. 다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가끔은 이 넓은 거실의 공기와 매끄러운 온천수의 감각이 사무치게 그리울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아니, 이것으로 충분했다.
- 4월의 타이중을 방문한다면 오동나무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꼭 걸어보세요. 하얀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은 사진보다 눈으로 볼 때 훨씬 고요하고 아름답습니다.
- Da He Ding Ji Du Jia Zhuang Yuan의 야외 욕조는 밤늦은 시간에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낮의 소란함이 고요해지은 뒤에 느끼는 물의 온도가 가장 정확하고 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