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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시계가 울린 자정의 유혹

Juan Ge Da Fan Dian elence hotel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넉넉했다.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완전히 펼쳐놓아도 발 디딜 틈이 충분히 남는 공간, 그 여유로움이 여행자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4월의 타이중 공기는 적당히 눅눅했고, 창밖으로는 이름 모를 도시의 소음들이 낮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이 뿜어내는 푸르스름한 빛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배가 고프다기보다는, 낯선 도시의 밤을 무언가 씹으며 완성하고 싶다는 충동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겉옷을 챙겨 입고 나선 길, 호텔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오자 24도의 밤공기가 피부에 보드랍게 닿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온도가 우리를 밖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호텔 근처의 피엑스마트 마트로 향했다. 밤거리에는 4월의 상징인 하얀 통화꽃 잎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 아래서 그 잎들은 마치 낮게 깔린 눈처럼 보였고, 우리는 그 무용한 아름다움을 밟으며 천천히 걸었다. 마트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서 우리는 한참을 서성였다. 대단한 요리를 찾은 게 아니었다. 그저 현지에서만 파는 짭조름한 과자와 캔맥주, 그리고 정체 모를 알록달록한 젤리 몇 봉지. 비닐봉투가 손가락 끝에 닿는 서늘한 감각과 그것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웠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목적지 없이 그 하얀 꽃잎들을 밟으며 걸었다. 그 느릿한 걸음 속에 섞인 웃음소리가 밤공기에 녹아들었다.

바스락거리는 봉투 속의 진심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침대 위에 비닐봉투를 쏟아냈다. 빳빳하고 하얀 시트 위에 알록달록한 과자 봉지들이 흩어졌다. 맥주 캔을 따는 '칙'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야, 여기 침대 진짜 푹신하지 않냐? 거의 몸이 빨려 들어가는 수준인데."

한 친구가 침대 속으로 깊숙이 파묻히며 웅얼거렸다. 나는 과자 한 알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너무 푹신해서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아.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그럼 내일 조식은 포기하는 거야? 여기 조식에 따뜻한 죽이랑 토스트 나온다며. 커피 향도 장난 아니라던데."

"죽은 좋지. 근데 지금 이 상태로 눕는 게 더 중요해. 이 푹신함은 반칙이야."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떠들었다. 낮에 보았던 남투의 별자리 이야기가 나왔고, 누군가 예약 실수로 주차장 때문에 겪었던 소동에 대해서도 낄낄거렸다. 주차비 150타이완달러를 보전받았다는 사소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 웃긴지 모를 일이었다. 4월의 타이중, 77%의 습도는 우리를 적당히 나른하게 만들었고, 그 나른함은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허물어뜨렸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좁은 방 안에 모여 앉아, 낯선 도시의 과자를 씹으며 서로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털어놓는 것. 과장 섞인 불평과 건조한 맞장구가 오갔고, 우리는 서로를 놀리는 장난스러운 대화 속에 깊게 고요히 머무했다. 계획했던 일정표는 이미 구석으로 밀려난 지 오래였지만 상관없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짭조름한 맛과 친구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이 밤은 충분히 밀도 있었다.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과자 봉지들이 비워지고 맥주 캔이 바닥을 드러내자, 소란스러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로 흩어졌다. Juan Ge Da Fan Dian elence hotel의 두꺼운 깃털 이불이 몸을 포근하게 감쌌고, 그 무게감은 마치 누군가 나를 다독여주는 듯한 안도감을 주었다. 에어컨의 일정한 기계음이 배경음악처럼 낮게 깔렸고, 방 안에는 묘한 평온함이 감돌았다.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정적. 그 정적은 외로움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확인한 뒤에 찾아오는 깊은 편안함이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유명한 명소를 찾아다니고 완벽한 사진을 남기는 일보다, 낯선 호텔 방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무용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우는 일. 내일 아침이면 다시 짐을 싸고 어디론가 이동해야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아주 천천히, 아주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월의 밤은 깊었고, 우리는 그 깊이만큼 깊은 잠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내일 아침에 마주할 따뜻한 죽의 온도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그런 다정한 밤이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통화꽃 잎 하나가 달빛을 머금고 있었다.

  • 호텔 근처 피엑스마트 마트에서 파는 대만 현지 밀크티와 짭짤한 파인애플 과자 조합을 추천합니다.
  • 다음 날 아침, 2층 조식당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흰죽에 현지 반찬을 곁들여 천천히 식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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