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마자 쏟아진 것은 서늘한 냉기와 짙은 나무 향이었다. 8월의 타이중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습기가 일상이었기에, 복도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느껴진 그 온도 차는 단순한 쾌적함을 넘어 구원처럼 다가왔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방을 채운 고풍스러운 목제 가구들로 향했다.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탁자의 표면을 손끝으로 쓸어내리자, 매끄러우면서도 단단한 질감이 전해졌다. 짐을 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넓은 침대 끝에 몸을 던졌다.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매트리스의 탄성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어깨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창밖으로는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유리창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빗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더욱 깊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아, 이제야 정말 도착했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벽면에 걸린 세밀한 식물 세밀화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만의 원생식물을 옮겨놓은 듯한 짙은 녹색과 연한 연두색의 겹침은, 마치 숲의 한 조각을 떼어 방 안에 박제해 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정지된 그림이었지만 그 강렬한 색감만으로도 공간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젖은 옷자락이 어깨에 달라붙은 채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는 상대의 뒷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다. 굳이 언어를 섞지 않아도 서로의 상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밀도 높은 침묵이었다. 낮게 고요해지은 조명 아래로 우리의 호흡만이 조용히 교차했다. 이 낯선 도시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라는 가장 익숙한 섬에 도착해 있었다. 옅은 숲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함께 머문 초록의 잔상
우리가 동시에 발견한 것은 로비에서부터 이어진 초록의 잔상이었다. Ai Yue Jiu Dian Wu Quan Guan 곳곳을 수놓은 예술 작품들은 '그린 터널'이라는 테마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에도, 체크아웃을 앞둔 마지막 복도에서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특히 잎맥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묘사된 커다란 잎사귀 그림 앞에서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려한 장식보다 정갈한 선과 색이 주는 위로에 대해 짧은 동의를 나눈 순간이었다. 루프탑 수영장에서 마주한 타이중의 하늘은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이었지만, 그 아래 펼쳐진 푸른 물결은 오히려 더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미지근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나란히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던 시간. 서로의 시선이 닿는 곳이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했다.
빗물이 말라 빳빳해진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 웰컴 드링크로 제공되는 시원한 칵테일을 마시며 루프탑의 공기를 만끽해 보길 권한다.
- 호텔에서 이중 거리까지 이어지는 20분의 산책길에서 타이중의 소박한 일상을 관찰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