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왔는데 캐리어는 여섯 개였다. 누가 예약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 로비의 은은한 우디 향 사이로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봤다. 바퀴 굴러가는 요란한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타고 울려 퍼졌고,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결정적인 실수를 할 거라는 내기를 했었다. 결국 모두가 예약 확인서를 어디 뒀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의 넓은 로비에 짐을 쏟아놓고 나니, 3월의 미지근한 공기가 눅눅하게 피부에 닿았다. "그냥 아무나 예약했다고 우기자"는 엉뚱한 농담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여행의 시작은 늘 이런 사소한 소란과 가벼운 투덜거림으로 완성된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탐험하는 서툰 방식이다.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트러플 크림 리소토의 묵직한 위로. 조식으로 나온 리소토의 꾸덕한 질감은 예상 밖의 감동이었다.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는 진한 크림의 농도와 코끝을 정직하게 스치는 흙 내음 섞인 버섯 향. 이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낯선 도시의 아침을 깨우는 작은 사치였다. 좋은 재료가 주는 정직한 맛 앞에서는 구태여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무심히 그려진 식물들의 존재감. 복도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대만 자생 식물들의 세밀화는 선이 매우 단호했다. 화려한 색채는 아니었지만,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이름 모를 잎사귀들이 정지된 화면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용한 것을 가만히 관찰하는 시간이 이토록 평온할 수 있음을, 우리는 복도를 걷는 느린 걸음 속에서 깨달았다.
침대라는 이름의 강력한 중력.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피부에 닿는 바스락거리는 리넨의 서늘한 감촉과 몸을 부드럽게 밀어 올리는 적당한 탄성.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일정이라는 진리를 배웠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러 나가는 것보다, 이 달콤한 중력에 순응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이십 분이라는 거리의 적당함. 일중가 야시장까지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소음 속에 우리만의 시시한 농담을 섞었다. 너무 멀어 지치지도, 너무 가까워 성급해지지도 않는 딱 적당한 거리.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마주친 낯선 골목의 눅눅한 공기와 이름 모를 가게들의 풍경이 더 좋았다. 걷는 행위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리스트 밖에서 만난 온도의 차이
사실 계획에는 없었다. 하지만 옥상 수영장에 올라선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췄다. 3월의 밤바람은 뺨을 서늘하게 스쳤지만, 수영장의 물은 기분 좋게 미지근했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물 사이의 좁은 틈새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도시의 모든 소음이 수면 아래로 고요해지으며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집에 안 가도 되겠는데"라는 친구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대신, 우리는 물결이 만드는 작은 파동과 그 위로 부서지는 도시의 불빛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거창한 대화나 깊은 성찰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적당한 취기가 오른 칵테일 잔의 차가운 유리 촉감과, 함께 있다는 안도감만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그렇게 타이중의 밤을 조금씩 소비했고, 그 무용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았다.
물기 어린 피부 위로 밤공기가 닿았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 일중가 야시장까지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 조식의 트러플 크림 리소토는 꼭 한 번 맛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