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타이중은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 아래 모든 것이 녹아내릴 듯했다. 누가 먼저 지각할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전원 패배.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게 모인 우리는 서로의 땀에 젖은 셔츠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끈적이는 공기가 피부에 눅눅하게 달라붙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붉은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콰이이궈 앞에 둘러앉았다. 안경 너머로 하얀 김이 서려 세상이 순식간에 불투명해졌다. 얇게 썬 소고기를 뜨거운 국물에 살짝 데쳐 입에 넣자, 맵고 짠 자극이 혀끝을 강렬하게 때렸다. 대화는 사치였다. 오직 고기를 씹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식탁을 채웠다.
"우리 계획 세운 거 맞지?" 누군가 조심스레 물었다. "세웠지. 근데 기억이 안 나." "그냥 누워 있으면 안 될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일정표를 툭 끊어버리는 순간,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지도 없이 걷기로 한 결정은 곧바로 재앙이 되었다. 낯선 골목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차가운 회색빛 시멘트 벽이었다. 막다른 길 앞에 멍하니 서 있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길을 잃는 것만이 이 여행의 유일하고도 완벽한 성과였다.
Ai Yue Jiu Dian Wu Quan Guan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습한 열기가 씻겨 내려갔다. 벽면을 채운 대만 자생 식물들의 정교한 붓터치가 시각적인 청량감을 주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숲의 향기와 차분한 조명이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고요해지혔다. 공간이 주는 정적이 피부에 닿는 온도를 낮춰주었다.
객실 문을 열자 짙은 나무 향이 감도는 복고풍의 목재 인테리어가 우리를 맞이했다. 몸이 깊게 파묻히는 거대한 침대는 마치 구름 위에 누운 듯 포근했다. 특히 압도적인 크기의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담그자, 하루의 피로가 물결을 따라 흩어졌다. 매끄러운 물의 감촉만이 온몸을 감싸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예고 없이 쏟아진 소나기에 세상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우산을 호텔에 두고 온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젖어 들었다. 신발 속으로 차가운 빗물이 스며들었지만, 오히려 뜨거웠던 피부가 식으며 묘한 쾌적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젖은 몰골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으며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으로 전력 질주했다.
샤워 후 쾌적한 에어컨 바람 아래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는, 적당한 무게의 정적이 우리 사이를 흘렀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다시 이곳의 나무 향기와 고요함을 찾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마시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 한 잔.
-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의 거대한 욕조에서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반신욕 하기
- 호텔 근처 야시장에서 늦은 밤까지 길거리 간식 섭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