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그때 타이중에서 보낸 시간 기억나? 대단한 성취는 없었지. 누군가는 게으르다 했겠지만, 우리는 그걸 휴식이라 불렀어. 함께 숨 쉬고 멍하니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그 나른한 공기가 여전히 그리워.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떠오를 찰나의 조각들
짙은 나무 향이 감싸던 넉넉한 객실.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의 방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 들어서는 순간 마음까지 여유롭게 확장되는 기분이었어. 벽면을 채운 묵직한 고목의 결이 주는 안정감과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너무 커서 서로의 위치를 찾아 한참을 헤매던 그 엉뚱한 순간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눅눅함 없이 바싹 말린 나무의 향이 코끝에 머물던 그 포근한 공기와 살결에 닿던 바스락거리는 고급 침구의 촉감이 여전히 생생해.
제2시장의 복주 의면과 소란스러운 온기.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입안에서 엉키던 순간, 시장 특유의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렸지. 뜨거운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그릇을 사이에 두고 "이게 진짜 타이중의 맛이지"라며 나누었던 유치한 내기와 결국 졌던 네 표정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해.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마저 정겹게 느껴지던 그 활기찬 오후의 풍경이 그리워.
초록의 침묵이 고인 고요해지은 정원, 추홍곡. 도시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긴, 푹 꺼진 초록색 공간을 걸으며 우리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어. 10월의 부서지는 햇살이 어깨 위로 가볍게 내려앉고, 발아래로 지형이 내려앉은 생경한 구조 속에서 누가 더 쓸모없는 재능을 가졌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쟁하던 그 무해한 시간들이 소중해. 젖은 흙 내음 섞인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마음의 소란을 잠재워주던 그 감각이 기억나.
살결에 닿던 쾌적한 25도의 바람. 끈적임 없이 매끄럽게 피부를 스치던 공기, 그리고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의 루프탑 풀에서 느꼈던 서늘한 물의 감촉이 기억나. 젖은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뱉은 썰렁한 농담들이 투명한 공중으로 흩어지던 그 쾌적한 온도감과 함께, 차가운 물속에서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던 그 순간 우리는 세상의 모든 책임감에서 벗어나 가장 가벼운 존재가 된 것 같았어.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면
로비의 식물 벽화는 잊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의 럭셔리한 욕조에서 뜨거운 온수에 몸을 맡긴 채 나누었던 실없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온기로 남아있겠지.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꼈던 그 역설적인 만족감. 10월의 타이중이 베풀어준 적당한 친절함과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던 무심한 유대감이 가장 오래 기억될 거야. 그 정지된 시간이야말로 이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으니까.
창밖으로 번지던 타이중의 보랏빛 노을, 그리고 식어버린 커피 한 잔.
- 제2시장의 복주 의면을 꼭 맛볼 것. 쫄깃한 면발의 식감이 일품이다.
- Ai Yue Jiu Dian Wu Quan Guan의 넓은 객실에서 오후를 통째로 낭비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