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의 물결이었다. '십본서당'이라 불리는 그 공간은 호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고요한 섬 같았다. 11월의 타이중 공기는 섭씨 22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서늘함으로 피부에 닿았다. 아이들은 책의 정적보다는 로비의 넓은 개방감에 먼저 반응하며 나비처럼 여기저기 흩어졌다. 짐을 풀기도 전에 시작된 작은 소동들을 보며, 나는 문득 가족 여행이란 결국 서로 다른 보폭을 억지로 맞추려 애쓰는 고단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He Ti Jiu Dian의 공기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이 조금 소란스럽게 뛰어다녀도, 누군가는 구석진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무심하게 책장을 넘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포용력이 있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책장에서 배어 나오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로비의 은은한 황금빛 조명이 섞여 묘한 평온함을 주었다. 그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편안함,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 머물러야 했던 진짜 이유였다.
작은 금속 조각 하나에 담긴 세계, 아이가 가장 몰입한 순간은?
아이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계획이라는 이름의 지도 밖으로 탈출하는 일이다. 세심하게 짠 일정표는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고, 우리는 그저 발길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He Ti Jiu Dian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여백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휴식 중심의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것은 정갈한 깨끗함이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적당한 높이의 천장이 주는 개방감. 아이들은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자신들만의 작은 영토를 표시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며 생각했다. 어른들은 여행에서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재미'라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진실에 충실하다는 것을. 특히 둘째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집착했던 것은 게임룸의 토큰이었다. 손바닥 위에 놓인 작은 금속 조각 하나. 그 차갑고 묵직한 감촉이 아이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큰 권력처럼 보였다. 토큰을 쥐고 게임기 앞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이 여행의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 비로소 맞춰지고 있음을 느꼈다. 버튼을 누르는 경쾌한 기계음과 화면 속에서 튀어 오르는 화려한 색감들. 옆에서 지켜보던 첫째는 어느새 동생의 플레이 방식을 분석하며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복도까지 울려 퍼졌지만, 그 소음은 오히려 이 여행을 완성하는 가장 생생한 음악처럼 들렸다. 쾌적한 객실로 돌아와 커다란 텔레비전으로 유튜브를 보며 뒹굴다 잠든 아이들의 얼굴에는, 작은 토큰 하나가 가져다준 거대한 만족감이 옅은 미소로 남아 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온기와 붉은 단풍,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은?
다음 날 아침, 호텔 내 전통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밀크피쉬 죽과 치킨 라이스의 진한 향기가 기억난다. 11월의 아침 공기가 살짝 차가웠기에, 뚝배기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은 그 자체로 다정한 환대였다. 아이들은 평소라면 거부했을 생소한 음식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 입씩 맛보았다. "엄마, 이거 생각보다 고소해!"라고 말하며 입가에 죽을 묻힌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 그것은 대단한 미식 경험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먹는 순간의 밀도는 무엇보다 높았다. 혀끝에 닿는 부드러운 죽의 질감과 짭조름한 풍미가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를 전달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가 다컹 산책로의 붉게 물든 단풍을 보러 가기 전, 배를 든든히 채운 그 포만감이 이 여행의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각인되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단풍잎의 바스락거림과 아이들의 가벼운 발걸음. 거창한 감동은 없었지만, 그저 모든 것이 적당하고 좋았다. 누군가 이번 여행의 목적을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이 따뜻한 죽 한 그릇과 아이들의 끊이지 않던 웃음소리였다고 답하고 싶다.
신발 끈을 다시 묶으며, 다음 가을에도 이곳에 오자고 생각했다.
- 조식의 밀크피쉬 죽은 꼭 맛볼 것. 아침의 한기를 없애기에 충분하다.
- 호텔 근처 다컹 산책로에서 11월의 단풍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