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서가에서 지적인 척하기: He Ti Jiu Dian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하고 향긋한 환영의 향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을 보며 우린 갑자기 지적인 분위기를 잡기로 했고, 가장 두꺼운 인문학 서적을 집어 들고 심오한 표정을 지었으나 7월 타이중의 무자비한 열기는 종이 너머까지 스며들었다. 5분도 안 되어 땀방울이 책장을 적셨고, 우린 책을 던져두고 에어컨 명당으로 흩어졌다. (결과: 지성은 증발하고 오직 생존 본능만 남았다.)
조식 메뉴 정복 릴레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밀크피쉬 죽의 고소한 냄새와 짭조름한 치킨 라이스의 풍미에 홀려 모든 메뉴를 섭렵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눅눅한 여름 아침의 공기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식욕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한 그릇을 겨우 비우고는 서로의 배부른 얼굴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결과: 위장의 한계를 깨달은 겸손한 시간.)
피에스파이브 컨트롤러 쟁탈전: 호텔에서 빌린 게임기로 진 사람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쏘기 내기를 했다. 치열한 버튼 조작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우린 마치 올림픽 결승전처럼 진지하게 몰입했다. 그런데 1등으로 달리던 녀석이 컨트롤러를 쥔 채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드는 기염을 토했다. (결과: 승자도 패자도 없는 허무한 종료.)
대坑 산책로 강행군: 햇살이 하얗게 타오르는 정오, '자연을 느껴보자'는 누군가의 무책임한 말에 속아 산책로로 향했다. 10분쯤 걸었을 때,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우린 '자연보다 호텔 에어컨이 더 자연스럽다'는 기묘한 결론에 도달해 빠르게 회군했다. (결과: 쾌적한 실내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음.)
무용함이 남긴 뜻밖의 성적표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의 성적표는 '완벽한 무용함'이었다. 가장 가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계획의 처참한 실패였다. 뙤약볕 아래서의 짧은 고생이 있었기에, 다시 돌아온 He Ti Jiu Dian 방의 서늘한 공기가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특히 땀에 젖은 몸을 씻어내던 샤워기의 강하고 세밀한 물줄기는 마치 피부에 닿는 작은 위로 같았다.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팽팽하고 깨끗한 시트의 감촉, 그리고 귓가를 맴도는 에어컨의 일정한 기계음. 그게 이번 여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7월의 타이중은 너무 뜨거웠고, 그래서 우린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로비의 책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벽처럼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갈수록 우린 더 끈끈해졌다는 착각이 들었지만, 사실은 그냥 다들 더위에 지쳐 말할 기운이 없었을 뿐이다. 조식으로 먹은 치킨 라이스의 짭조름한 맛과 뒤이어 마신 얼음물의 차가움이 교차하던 그 순간의 감각만이 선명하다. 방 안의 조명을 낮추고 누워 있으면, 창밖의 하얀 소음들이 멀게만 느껴졌다. 과장할 필요 없이, 그냥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와서 똑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린 서로를 투덜거리며 깠지만, 사실 모두가 이 나른한 정적을 즐기고 있었다.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 휴식.
- 아침의 밀크피쉬 죽은 꼭 드세요. 눅눅한 공기를 깨우는 든든한 맛입니다.
- 로비의 향긋한 공기 속에서 가장 편한 구석을 찾아 멍하니 앉아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