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타중은 공기부터가 눅눅한 무게감을 품고 있어, 피부에 닿는 습기가 셔츠를 조금씩 몸에 밀착시키는 끈적한 계절이다. 그 무거운 공기를 뚫고 Holiday Inn Express Taichung의 로비로 들어선 순간,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마치 낯선 도시가 건네는 첫 번째 환대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마주한 객실은 2024년의 정갈함을 입고 있었는데, 과하지 않은 조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빳빳하게 말려진 흰 시트에서는 갓 세탁한 면의 포근한 향기가 났다. 매트리스에 몸을 맡기자 적당한 탄성이 온몸의 긴장을 덜어주었고, 베개의 서늘함이 뒷머리에 닿는 찰나 비로소 여행의 시작을 실감했다. 통창 너머로 쏟아지는 타중 공원의 초록은 지나치게 생생해 때로는 비현실적인 수채화처럼 보였으며, 창문을 아주 조금 열자 거리의 오토바이 소음과 젖은 흙 내음이 섞여 들어와 내가 지금 도시의 심장부에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이 소음마저 이곳의 일부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여기 정말 조용하다," 내가 나직이 읊조리자 상대는 대답 대신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가만히 겹쳤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체온은 습한 공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선명한 이정표 같았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그 풍경을 보았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어색함보다는 깊은 신뢰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저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밀도 높은 침묵이었다. 방 안의 가구들은 간결했다.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책상과 작은 스탠드, 그 단순함이 오히려 복잡했던 마음을 정돈해주었다. 화장실의 타일은 매끄러웠고, 수건에서는 옅은 세제 냄새가 났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풀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머물렀고, 그 소리는 마치 우리가 공유하는 작은 비밀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조식 식당에서 마주한 갓 뽑아낸 면 요리의 하얀 김은 시야를 잠시 가렸지만, 짭조름한 국물 한 모금이 잠든 감각을 깨우며 위장을 따스하게 데워주었다. 묵직한 바디감의 커피 잔을 쥔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는 우리가 나눌 대화의 온도를 닮아 있었다. 식당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도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오늘의 경로를 그렸고, 그 소소한 계획들이 여행의 설렘을 더했다. 호텔을 나와 타중 공원으로 향하는 길, 걷는 내내 습한 바람이 불었지만 길가에 핀 백합의 진한 향기가 그 눅눅함을 덮어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걸었고,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 조각들을 밟으며 말 없는 유대감을 확인했다. 거창한 약속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도 충분했던 시간, 공원 호수의 잔잔한 수면 위로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들은 마치 우리의 마음속에 고인 평온함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온도와 냄새,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창밖의 초록은 어느덧 어둠이 내리기 전의 묘한 청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며 무언가를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고요를 만끽했다.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 두 켤레가 우리의 안식처를 완성하고 있었고, 방 안에는 오직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남았다. 그냥 좋았다.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억지로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비어 있는 채로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타중 공원의 호숫가를 따라 백합 향기에 취해 느릿하게 산책하기
- Holiday Inn Express Taichung의 조식으로 따뜻한 면 요리와 진한 커피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