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캐리어와 흩어진 신발 한 짝
2월의 타이중은 생각보다 서늘했다. 옷깃을 파고드는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Holiday Inn Express Taichung 로비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밖의 냉기는 사라지고 포근한 온기와 은은한 방향제 향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 안락함이 무색하게도 우리 가족의 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네 개의 커다란 캐리어가 매끄러운 바닥을 긁으며 내는 요란한 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첫째는 이미 가방 손잡이를 잡고 탐험가처럼 앞서나갔고, 둘째는 어느새 신발 한 짝을 벗어둔 채 푹신한 소파 주변을 나비처럼 배회하고 있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시간은 늘 그렇듯 아이들에게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로비 테이블 위에 놓인 안내 책자들을 무심하게 넘기며 종이의 바스락거리는 질감을 즐겼다. 직원의 능숙하고 친절한 미소 속에 짐을 정리하고 방 키를 받는 동안, 둘째는 극적으로 잃어버린 신발을 찾았고 첫째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낯선 거리의 풍경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카펫 위를 묵직하게 굴러가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마치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처럼 들렸다. 완벽한 계획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그저 이 소란스러운 짐들을 모두 옮기고 모두가 무사히 방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이 시점의 유일하고도 절실한 목표였다.
아이들의 시선이 머문 뜻밖의 풍경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방 안으로 돌진했다. 최근 리뉴얼을 거쳤다는 방은 기대보다 훨씬 밝고 쾌적했다. 너무 하얗지 않은 부드러운 조명과 차분한 톤의 벽지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고, 새로 바꾼 가구들에서는 옅은 나무 향과 새것 특유의 깨끗한 냄새가 났다. 첫째는 곧장 커다란 통창으로 다가갔다. 창밖으로는 타이중 공원의 겨울 나무들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잎을 모두 떨군 앙상한 가지들이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과 맞닿아 있는 풍경이었다. 아이는 차가운 유리창에 코를 꾹 붙인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아빠, 저기 사람들이 진짜 개미처럼 보여!"
아이의 관찰은 늘 단순하지만 정확해서 웃음이 났다. 우리는 한동안 그 창가에 머물렀다. 정지된 화면처럼 고요한 공원의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깥세상의 소음이 차단된 채 우리 가족만의 작은 섬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정적도 잠시, 호텔 아래층과 연결된 선데이 백화점 아울렛은 아이들에게 거대한 보물 상자와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곧바로 쇼핑몰로 이어지는 동선은 아이들을 쫓아다녀야 하는 부모에게는 그야말로 구원과도 같았다. 화려한 색감의 장난감과 달콤한 간식 거리 앞에서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고, 계획에 없던 작은 간식들을 손에 쥔 채 방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호텔과 연결된 그 짧은 거리 안에서 아이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위대한 탐험을 마친 표정이었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밤의 정적
밤 10시, 마침내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적당히 푹신한 매트리스와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베개 덕분인지 아이들의 숨소리는 금세 고르고 평온해졌다.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낮의 활기가 사라진 창밖을 응시했다. 이제 공원은 어둠에 잠겼고, 그 자리를 도시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별자리처럼 빛나고 있었다.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틀었다.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온기가 기분 좋게 전해졌고, 강한 수압의 물줄기가 어깨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흘러내리는 비누 향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밀도 높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부모'라는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나'로 돌아오는 짧은 의식 같은 시간이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우니 리뉴얼된 침구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60%의 힘만 쓰기'였다. 무언가를 꼭 봐야 한다는 강박도,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욕심도 내려놓기로 했다. 그저 깨끗한 시트 위에 누워 내일 아침에는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도시의 소음이 오히려 방 안의 정적을 더욱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내일은 호텔 내 헬스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어볼까 생각하며, 나는 아주 오랜만에 깊고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온기를 품고 떠나는 아침의 인사
다음 날 아침, 우리를 깨운 것은 기분 좋은 허기짐이었다. 조식 식당으로 내려가자마자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즉석 면 요리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고르느라 분주했고, 갓 삶아낸 면의 매끄러운 질감과 뜨끈한 국물은 2월의 쌀쌀한 아침 공기를 단번에 지워버리는 다정한 위로였다. 아이들은 면발을 후루룩거리며 어젯밤 꿈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나는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그 풍경을 가만히 관찰했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게 놓인 음식들과 묵묵히 빈 접시를 치우는 직원들의 손길에서 편안한 휴식의 마무리가 느껴졌다.
체크아웃을 위해 다시 로비로 내려오자, 아이들은 이제 이곳을 떠나기 싫다며 작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타이중역까지 걷는 15분 남짓한 길, 겨울 햇살이 피부에 닿아 기분 좋게 따스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우리는 여전히 소란스러울 것이고, 나는 여전히 그 소란함 속에서 찰나의 평온을 찾으려 애쓸 것이라고. 하지만 그 불완전한 조화야말로 가족 여행이 주는 진짜 묘미가 아닐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여행이었다.
- 타이중 공원 뷰 객실을 선택하세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공원의 정취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 조식의 즉석 면 요리 코너를 놓치지 마세요. 쌀쌀한 아침 공기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최고의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