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시작은 누가 가장 먼저 짐을 빼먹을지 내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우리 셋 다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Holiday Inn Express Taichung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디퓨저 향이 코끝을 스쳤지만, 서로의 멍한 표정을 확인한 순간 그 향기마저 아득해졌다. 캐리어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만이 정적을 채웠다.
아침 식사 시간, 국수 코너 앞에 서자 뜨거운 김이 훅 끼쳐왔다. 2월의 타이중 공기는 제법 서늘했는데, 짭조름하고 진한 육수 냄새가 굳어있던 감각을 깨웠다. 화려한 미식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국물을 들이켜자 몸속까지 온기가 퍼졌다. 젓가락질 몇 번에 몽롱했던 정신이 비로소 선명해졌다.
호텔 맞은편 루이청 서점으로 향했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는 곳답게 낡은 종이 냄새가 눅눅하게 배어 있었다. "정말 오래돼 보이네." 내 말에 친구가 툭 던졌다. "네 옷차림만큼이나." 뼈 있는 농담에 웃음이 터졌다. 걷는 거리는 짧았지만, 서로를 깎아내리는 대화는 끝없이 길어졌다.
주차장은 거대한 회색 미로 같았다. 뱅글뱅글 도는 입체 주차장에서 누가 먼저 차를 찾는지 내기를 했다. 매캐한 매연 냄새와 서늘한 콘크리트 벽 사이를 15분 동안 세 번이나 맴돌았다. 결국 차를 찾아냈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허탈함조차 우리에겐 하나의 성취였다.
객실 창밖으로 타이중 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2월의 하늘은 낮게 깔린 회색빛이었고, 나무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굳이 내려가 산책할 필요는 없었다. 차가운 창틀에 이마를 기대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기분이었다.
2024년에 리뉴얼했다는 Holiday Inn Express Taichung의 객실은 기대보다 쾌적했다. 빳빳하게 마른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이 방 안의 정적을 적당히 메워주었다. 나는 세 시간 동안 그냥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거창한 계획이었다.
새벽 두 시, 편의점에 가기 위해 나섰다. 도시 전체가 수묵화처럼 뿌연 안개에 싸여 있었다. 기온은 17도쯤 되었을까, 뺨에 닿는 공기가 기분 좋게 선선했다.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번지는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낮보다 훨씬 솔직하고 투명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어떤 거창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먹고, 자고, 가끔은 사소한 일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무용한 시간들이 가장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억지로 무언가가 되려 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곁에 느슨하게 머무는 여행은 늘 옳다.
하얀 침대 시트 위에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들.
- 조식 국수 코너는 꼭 가봐, 생각보다 든든하고 따뜻해.
- 루이청 서점은 호텔에서 정말 가까우니 그냥 슬슬 걸어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