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타이중은 온통 하얗게 타오르고 있었다. 정오의 태양은 모든 색을 지워버린 듯했고, 우리는 그 무색의 열기 속을 헤엄쳐 Tai Zhong Fu Hua Da Fan Dian 로비로 뛰어들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폐부 깊숙이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은은한 라벤더 향. 땀으로 눅눅하게 달라붙은 티셔츠와 직원의 빳빳하게 다려진 유니폼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서로의 엉망인 몰골을 보며 터뜨린 낄낄거림이 대리석 바닥을 타고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백년전설 복흥종자'라는 이름의 쫑즈를 주문했다. 겹겹이 쌓인 잎사귀를 조심스레 벗겨내자, 눅눅한 여름 공기를 뚫고 찰진 찹쌀의 진한 향이 확 끼쳐왔다. 짭조름한 간장 베이스의 풍미 끝에 은은한 단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친구 녀석은 맛에 완전히 매료되었는지, 말 한마디 없이 입안 가득 쫑즈를 밀어 넣었다.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낼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씹는 그 정직한 식탐이 퍽 웃겼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오래된 나무 냄새. 인테리어는 솔직히 말해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야, 여기 우리 할아버지 댁 거실 아니냐?" 친구가 짐 가방을 툭 던지며 핀잔을 줬다. "그래도 에어컨 성능만큼은 최신식이야. 이 온도면 극락이지." 나는 낡은 목재 가구의 묵직함과 피부를 찌르는 차가운 냉기 사이의 기묘한 불균형을 즐기기로 했다. 때로는 완벽한 세련됨보다 약간 어긋난 투박함이 더 깊은 안도감을 준다.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지만, 우리의 야심 찬 수영 계획은 5분 만에 무너졌다. 결국 선베드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다리 털 개수를 세는 무의미한 내기를 시작했다. 7월의 태양 아래서 우리는 그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았다. 귓가에는 찰랑이는 물소리가 들려왔고, 피부 위로는 나른한 열기가 내려앉았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었다.
밤 11시, 창밖으로 타이중 시내가 보석을 뿌려놓은 듯 펼쳐졌다. 칠흑 같은 어둠 위에 점점이 박힌 화려한 불빛들이 일렁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창틀에 기대어 그 빛의 조각들을 세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시선을 조금 더 먼 지평선으로 보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충분하고도 밀도 높은 고요였다.
침대에 몸을 던진 순간,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가 서늘하게 피부에 닿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몸은 구름 속으로 고요해지듯 깊숙이 파묻혔다. Tai Zhong Fu Hua Da Fan Dian에서 유일하게 반박할 수 없는 정점은 바로 이 침대의 안락함이었다. 우리는 내일 몇 시에 일어날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모두의 패배였다. 알람 소리는 무용했고, 우리는 꿈의 늪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오후에 예고 없이 쏟아진 소나기가 도시를 집어삼켰다. 계획했던 고메 습지 산책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쾌적했다. 호텔 1층의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심장 소리를 대신했다. 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비로소 시작되는 진짜 여행의 해방감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는 길, 다시금 끈적한 공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보다 덜 짜증이 났다. 적당히 낡았고, 적당히 친절하며, 침대가 지나치게 좋았던 시간들. 로비를 나서며 우리는 다음에는 더 무책임하게, 더 게으르게 놀다 가자고 약속했다. 다시 이곳의 서늘한 공기를 마시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은 운동화 끝에 묻은 모래알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조금 반짝였다.
- 3층 식당에서 파는 간단한 간식거리 꼭 먹어봐. 생각보다 퀄리티가 쏠쏠해.
- 조식 뷔페가 정말 풍성하니까, 늦잠을 자더라도 조식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