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문을 열자마자 낮게 고요해지은 옅은 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일식 더블룸의 바닥은 매끄러웠고, 조명은 과하지 않게 발치 아래로 낮게 깔려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이 품은 정직한 여백을 보았다. 43인치 텔레비전은 켜지 않은 채 검은 거울처럼 그대로 두었다. 침대 위에 팽팽하게 당겨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좋았다. 그 위에 몸을 던지면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분리되어 그대로 증발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중의 하늘은 4월답게 적당히 흐릿했고, 그 불투명한 색조가 오히려 나를 안온하게 감싸 안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각자의 자리를 잡았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닿는 나무의 서늘한 촉감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척추 끝까지 전달되었다. 그제야 내가 정말 일상을 떠나 다른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화려한 장식 하나 없었지만, 꼭 필요한 것들만 정직하게 놓여 있는 방.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로비에 놓인 셀프 체크인 기계의 건조한 기계음이 기억난다. 푸르스름한 화면을 터치하고 카드를 받는 과정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와 억지로 말을 섞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오히려 깊은 편안함을 주었다. 우리는 함께 기계 앞에 서서 짧은 침묵을 공유했다. 역에서 호텔까지 걷는 길, 4월의 공기는 24도 정도로 적당히 미지근했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보드라웠다. 당신의 걸음걸이가 조금 느려졌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췄다.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폐쇄된 공간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살짝 맞닿는 것을 느꼈다. 그 작은 접촉이 주는 묘한 긴장과 안심. 방에 들어섰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발코니 너머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작은 초록색 잎들이었다. 도시의 소음이 멀리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 당신이 짐을 내려놓으며 내뱉은 작은 한숨 소리가 그 어떤 소음보다 더 가깝고 선명하게 들렸다. 나쁘지 않은, 아주 다정한 시작이었다.
함께 머문 무용한 시간의 기록
우리가 동시에 시선을 멈춘 곳은 발코니에 놓인 작은 세탁기였다. 여행 중에 빨래를 한다는 건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꽤 무용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프런트에서 제공해준 세탁 세제를 챙겨 굳이 옷가지를 집어넣었다.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드럼의 진동이 발코니 바닥을 통해 발바닥으로 묵직하게 전해졌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나란히 서서 밖을 보았다. 4월의 타이중은 하얀 꽃잎이 흐드러지는 계절이라고 했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 사이로 하얀 조각들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순백의 파편들이 우리의 어깨 위로 가볍게 내려앉았다.
세탁기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세제 냄새가 봄바람과 섞여 코끝을 간지럽혔다. 우리는 그 규칙적인 소음과 향기 속에 잠시 갇혀 있었다. 효율성을 따지자면 낭비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호텔 문을 열고 1분만 걸으면 닿는 충효 야시장의 시끌벅적한 활기가 들려왔지만, 우리는 조금 더 이곳의 고요에 머물기로 했다. 젖은 옷이 천천히 마르는 시간만큼, 우리의 대화도 서두르지 않고 느릿하게 말라갔다.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냥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있는 오후였다. Le Wei Xing Lv the way in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느릿하고 정직하게 흘러갔다.
발코니에 널어둔 옷가지가 봄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 충효 야시장에서 따뜻한 간식을 사 와 방에서 도란도란 나누어 먹기
- 4월의 하얀 꽃잎이 만개한 산책로를 따라 목적지 없이 천천히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