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내가 길 잃는다고 했지?" 민지가 뾰족한 구두 굽으로 보도블록을 신경질적으로 툭툭 털며 쏘아붙였다. 10월의 타이중 햇살은 여전히 끈적였고, 우리의 이마에는 얇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탐색한 거야!" 지훈이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지만, 덜컹거리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그의 주장을 비웃듯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탐색은 무슨, 그냥 정반대로 간 거잖아. 내 다리가 지금 탐색 수준을 넘어섰어. 거의 탐험 수준이라고." 우리는 서로의 엉뚱함을 깎아내리며 낄낄거렸고, 그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울 때쯤 비로소 Le Wei Xing Lv the way inn.의 입구에 도착했다.
나무 향과 정적이 빚어낸 안식의 쉼표
셀프 체크인 기계의 매끄러운 화면을 몇 번 누르자 카드키가 손끝에 닿았다.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단숨에 고요해지혔다. 우리가 묵은 일식 더블룸은 화려함 대신 정갈함을 택한 공간이었다. 발끝에 닿는 나무 바닥의 서늘함과 몸을 감싸는 빳빳한 흰 시트의 촉감이 대조를 이루며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특히 쾌적한 비데 시설과 먼지 하나 없이 매끄러운 공간의 청결함은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발코니 문을 열자 타이중의 미지근한 가을바람이 밀려 들어왔고, 구석에 놓인 드럼 세탁기가 낮은 진동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젖은 수건이 회전하는 소리는 마치 일상의 소음을 씻어내는 리듬처럼 들렸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충효 야시장의 웅성거림은 정적보다 더 깊은 안락함으로 다가왔다. 이곳의 공간은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일상의 매듭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기분, 그것은 마치 잘 짜인 직조물 속에 몸을 뉘인 것처럼 포근했다.
맥주 캔의 파열음 속에 고인 진심
"이 면, 진짜 쫄깃하다. 그냥 밀가루 맛이 아니야." 민지가 복주 의면을 크게 집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야시장에서 사 온 음식들이 작은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었다. 아치 삼대 노포에서 가져온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입안 가득 퍼지자, 낮의 날 선 감정들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가을 붉은 계곡의 그 물빛이 생각나네. 물 위에 뜬 나뭇잎들이 정말 예뻤는데." 지훈이 맥주 캔을 따며 낮게 읊조렸다. 낮의 소란함이 걷힌 자리에는 옅은 조명과 함께 진심이 고였다. "사실 나, 이번 여행 오기 전까지 정말 힘들었거든." 민지의 고백에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위로 대신 차가운 맥주 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공백을 채웠다. "나쁘지 않네,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거." 내 말에 지훈이 낄낄거리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넌 진짜 로맨틱함이라곤 없지만, 그래서 좋다." 정답 없는 대화들이 방 안을 둥둥 떠다니는, 충분한 밤이었다.
발코니에 널어둔 수건에서 갓 말린 햇볕 냄새가 났다.
- 충효 야시장이 도보 1분 거리이니, 늦은 밤 갑자기 생각나는 간식을 사러 가보길 권한다.
- 일식 더블룸의 발코니 세탁기를 활용해, 여행 중간에 가벼운 빨래로 상쾌함을 더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