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예약은 누가 한 거야?"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덜컹거리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로비의 정적을 깨뜨렸다. 구글 맵의 파란 화살표를 맹신하며 걷다 결국 골목 끝에서 길을 잃은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방향 감각을 상실한 어린 양들처럼 우스꽝스러웠다. 그렇게 도착한 Feng Hua Mu Yue Tai Wan Da Dao Xing Guan hotel maple taiwan boulevard의 로비는 예상 밖으로 고요하고 우아했다. 발끝에 닿는 대리석 바닥의 서늘한 촉감이 여행의 피로로 달아오른 뺨을 식혀주었고, 공기 중에는 갓 세탁한 린넨의 깨끗한 향과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감돌았다. 제멋대로 흩어진 짐가방들이 마치 바둑판 위에 흩뿌려진 바둑알처럼 보였지만, 우리는 그 소란함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호텔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중력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법.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 위로 몸을 던지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일시에 소거되는 기분이 들었다. 밖은 17도의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었지만, 두툼한 이불 속은 마치 포근한 고치 속에 들어온 것처럼 완벽한 온도를 유지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의 무늬를 세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조식 꽈바오가 주는 확실한 위로. 11층 전망 레스토랑의 커다란 창 너머로 타이중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갓 쪄낸 꽈바오의 하얀 김이 코끝을 간질였고, 쫄깃한 빵 사이로 터져 나오는 고기의 진한 육즙이 혀끝에서 잔물결처럼 퍼졌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아침의 허기를 채워주는 그 따뜻한 온기는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가장 친절한 환대였다.
담백한 친절이 주는 적당한 거리감. 체크인을 도와준 직원의 태도는 잘 다려진 셔츠처럼 쾌적하고 단정했다. 과하지 않은 농담 한마디를 툭 던지는 그의 유머러스함 덕분에,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눈 녹듯 느슨해졌다. 친절함에도 결이 있다면, 이곳의 그것은 불필요한 수식어를 걷어낸 담백한 수채화 같았다.
슬리퍼 한 켤레로 누리는 도시의 해방감. 호텔 문을 나서면 금세 중화 야시장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기름진 음식 냄새,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거운 구두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슬리퍼를 끌며 야식을 사러 나가는 길, 그 사소한 자유로움이 주는 쾌감은 생각보다 컸다. 호텔이라는 안식처가 바로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리스트 밖에서 만난 뜻밖의 조각들
계획표에는 '제2시장 방문'이라고 짧게 적혀 있었지만, 정작 시장에 도착하자 우리는 무엇을 사려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 망각이 오히려 행운이었다. 우리는 좁은 골목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1월의 투명한 햇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빛바랜 광고지가 덕지덕지 붙은 낡은 벽의 거친 질감, 상인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말투, 그리고 이름 모를 간식의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에 엉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목적지 없이 걷는 시간은 마치 느리게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것처럼 평온했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으니 오히려 친구의 옆모습과 실없는 농담들이 더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편의점에서 산 차가운 음료수가 손끝을 알싸하게 적셨지만, 마음만은 몽글몽글하게 차올랐다. 다시 Feng Hua Mu Yue Tai Wan Da Dao Xing Guan hotel maple taiwan boulevard의 하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을 때, 이번 여행은 계획된 것보다 계획되지 않은 순간들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창밖으로 타이중의 밤풍경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 조식 식당이 있는 11층에서 도시 전경을 먼저 감상할 것
- 중화 야시장까지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천천히 걸어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