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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눅눅한 공기 속으로 스며든 서늘한 정적

차 문을 여는 순간, 5월의 타이중이 가진 끈적한 습기가 피부에 무겁게 달라붙었다. 기온은 27도 정도였지만, 공기는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눅눅한 흙내음이 밀려들어 왔다. 그렇게 도착한 Mei Lin Qin Shui An의 로비에는 예상치 못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석에 걸린 화려한 공주 드레스와 히어로 복장들. 산속의 한적한 숙소라는 배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이질적인 코스튬들을 보며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무언의 허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 정말 독특하네." 나지막이 내뱉은 말에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길, 나는 빳빳하게 다려 입은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단추가 풀릴 때마다 도시에서 짊어지고 온 팽팽한 긴장감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창문을 열자 짙은 초록의 숲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고,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닿은 시트의 서늘함은 마치 얼음물에 손을 담근 듯 짜릿하게 피부를 깨웠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누워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굳이 대화를 나누려 애쓰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출출함을 달래려 근처 신서 시장에서 사 온 버섯 요리를 나누어 먹었다. 이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버섯은 씹을수록 숲의 진한 풍미가 혀끝에 감돌았고, 담백하면서도 정직한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당신은 버섯이 생각보다 괜찮다며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우리는 이 여행이 정말 옳은 선택이었는지, 혹은 그저 충동적인 도피였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서늘한 침대 위에서 함께 나누는 이 무거운 정적만큼은 더없이 달콤했다.

오후 11시, 흐르는 물소리가 마음의 빈틈을 채울 때

밤이 깊어지자 숲은 낮보다 더 선명하고 입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창밖에서는 이름 모를 개구리들이 겹겹이 합창을 하고 있었고, Mei Lin Qin Shui An라는 이름에 걸맞게 끊임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공간의 여백을 촘촘히 메웠다.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나선 밤길, 공기는 여전히 눅눅했지만 피부에 닿는 감촉은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들이 점멸했다. 5월의 습도를 먹고 자란 반딧불이들이 우리 주변을 유영하며 밤의 정원을 수놓고 있었다.

당신의 손가락 끝이 내 손등에 아주 잠깐, 조심스럽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늦추며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노력했다. 때로는 조금 빨랐고 때로는 조금 느렸지만, 그 미세한 어긋남조차 이 여행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낮 동안 시끄럽게 울어대던 앵무새들이 잠든 자리를 대신해,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우리의 침묵을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우리는 강가 근처 벤치에 앉아 서두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길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그저 물이 흐르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우리가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누웠을 때, 낮에 느꼈던 서늘함은 어느새 포근한 온기로 변해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내라'거나 '더 행복해지자'는 무거운 말들은 건네지 않았다. 대신 당신이 아주 낮게 읊조렸다. "물소리가 참 좋네." 나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좋았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젖은 운동화가 현관 앞에 나란히 놓여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깊은 잠의 수면 아래로 천천히 고요해졌다.

밤하늘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아주 작은 별 하나가 명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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