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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품은 무거운 무쇠 그릴

무거운 무쇠 그릴. 표면에는 수많은 이들이 남긴 그을음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고, 모서리는 오랜 시간의 마찰로 뭉툭하게 닳아 있다. 손끝에 닿는 거칠거칠한 철의 질감과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금속성 냄새, 그리고 그 속에 깊게 배어든 오래된 숯의 향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돌 테이블 위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이 그릴은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저녁의 무게와 이야기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듯하다. 11월의 산속 공기는 날카롭게 차가웠지만, 그릴 위로 숯이 달궈지기 시작하자 붉은 빛이 주변의 짙은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며 포근한 온기를 만들어냈다.

적당한 침묵이 주는 위로

"고기, 거의 다 익은 것 같아."
그가 집게를 천천히 움직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타오르는 숯불의 일렁임을 바라보았다.
"여기, 너무 조용한 거 아냐?"
"글쎄. 난 나쁘지 않은데."
"가끔은 이 정적이 무서울 때가 있어."
"그냥 조용한 거야. 생각보다 괜찮아, 정말로."

우리는 다시 침묵 속으로 잠겼다. 하지만 그 침묵은 더 이상 어색한 공백이 아니었다. 도심의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숯이 탁탁 튀는 경쾌한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산새의 울음소리가 빈틈없이 채워졌다. 신사 지역에서 공수해 온 버섯이 그릴 위에서 지글거리며 진한 흙내음을 내뿜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고기를 뒤집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마음의 거리는 딱 그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여기, 같은 온도를 공유하며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느슨해진 마음의 결이 머무는 곳

타이중 시내에서 차로 30분쯤 달렸을까. 화려한 네온사인이 걷히고 낮은 산들이 겹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Mei Lin Qin Shui An에 들어서자 입구의 포장화 꽃터널이 화사한 색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11월의 바람은 피부에 닿을 때마다 기분 좋은 서늘함을 남겼고, 숲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폐부 깊숙이 청량함을 전달했다. 운 좋게 업그레이드되어 들어간 넓은 객실의 시트는 빳빳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 종일 산속의 안개를 머금고 있었던 것처럼 눅눅하면서도 포근한 감촉이 몸을 감싸 안았다. 욕실로 향하는 짧은 복도에서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해 마음까지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사실 우리 사이에는 단단하게 묶여 풀리지 않는 매듭 같은 것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모되었던 감정들. 하지만 이곳의 느린 속도는 그 팽팽함을 조금씩 헐겁게 만들었다. 정원을 산책하던 중 주인장이 키우는 앵무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엉뚱한 소리를 냈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계획되지 않은 작은 소동 하나에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무거운 마음들이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가볍게 흩어졌다.

밤이 깊어지자 산속의 정적은 더욱 짙은 농도로 우리를 에워쌌다. 창밖에서는 작은 개구리들이 리듬감 있게 울어댔고, 가끔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가 이곳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함께 누워 낮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억지로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느슨해진 실가닥들이 바닥에 편안하게 놓이는 기분이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걷고, 먹고, 눕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무용한 시간들이 오히려 우리를 가장 단단하게 연결해주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관계의 실타래가 엉키겠지만, 적어도 Mei Lin Qin Shui An에서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찾는 법을 배웠다. 11월의 신사는 그렇게 우리에게 사랑의 적당한 온도를 가르쳐주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 신사 지역의 특산물인 버섯과 고기를 넉넉히 준비해 바비큐를 즐겨보세요.
  • 앵무새와 작은 동물들이 있는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며 정적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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