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그때도 지금처럼 쓸데없는 내기에 진심일까. 대만의 눅눅한 5월, 아무 계획 없이 떠났던 그 숲속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한지, 아니면 희미한 수채화처럼 번져버렸는지 궁금해.
5년 뒤에도 문득 떠오를 찰나의 조각들
발끝을 간지럽히던 서늘한 물결. Mei Lin Qin Shui An의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속도가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인장이 정성껏 흐르게 만든 맑은 물소리와 물비린내 섞인 흙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은빛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무위의 오후였다.
정적을 깨뜨린 앵무새의 소란함. 짙푸른 나뭇잎 사이에서 갑자기 터져 나온 앵무새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제된 리조트의 고요함보다 이런 무질서한 소음이 훨씬 인간적으로 다가왔고, 그 소란함 덕분에 우리가 나누던 시시한 농담들이 숲의 공기 속에 더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밤공기를 유영하던 작은 별들. 눅눅한 밤공기의 무게를 견디며 숲길을 걷다 마주친 반딧불이들은 마치 길을 잃고 내려온 작은 별들 같았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불협화음이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우리는 억지로 감동하려 애쓰지 않은 채 그저 느릿하게 움직이는 빛의 궤적을 따라 함께 걸었다.
매캐한 숯불 향과 고기 굽는 소리. 야외 바비큐 시설에서 치익 소리를 내며 익어가던 고기와 옷깃에 배어든 진한 연기 냄새가 기억난다. 서투른 솜씨로 고기를 태워 먹으며 투덜거렸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함께 숲의 짙은 초록색이 시야에 들어오던 그 순간의 포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식이었다.
5년 후 이 기록을 다시 펼쳤을 때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Mei Lin Qin Shui An의 낡았지만 포근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그 나른한 기분과 코끝을 스치던 은은한 백합 향기는 반드시 기억날 것이다. 누군가 반드시 물건을 잊어버릴 거라는 내기를 했지만, 결국 셋 다 세면도구를 챙기지 않아 투박한 수건을 나눠 쓰며 낄낄거렸던 그 멍청한 순간이 어떤 정교한 계획보다 더 소중하게 남겠지.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거창한 위로 대신, 그저 '여기 진짜 좋다'라고 말했다. 그 담백한 긍정이 우리 사이의 빈틈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축축하게 젖은 운동화와 함께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
- 짐은 최대한 가볍게, 하지만 숲의 습기를 견뎌낼 가장 편안한 옷을 챙길 것.
- 정해진 일정표 대신, 바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마음에 드는 나무 아래 멈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