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창문에 둘째 아이의 작은 손자국이 얇은 안개처럼 남아 있었다. 펑자 야시장으로 향하는 길, 아이는 버스가 왜 이렇게 빠른지, 우리가 언제 도착하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대답하며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타이중의 3월 풍경을 응시했다.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아이의 작은 손등 위로 오후의 햇살이 얇은 금박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버스 안을 가득 채운 것은 목적지에 대한 소란스러운 기대감과 설렘의 진동이었다.
Mi La Shang Wu Lv Dian의 침대에 몸을 깊숙이 던졌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최소한의 에너지'였다. 딱 60%의 힘만 쓰기로 다짐한 상태. 매트리스는 몸을 단단하게 받쳐주었고,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에서는 옅은 세제 냄새와 함께 쾌적한 건조함이 느껴졌다. 천장을 보고 멍하니 누워 있으니, 비로소 내가 낯선 도시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이 피부 끝으로 전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중력에 몸을 맡기는 시간이 이토록 달콤할 수 있다니. 눕는 것이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이곳은 이미 완벽한 정답이었다.
샤워기 스위치가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팔을 최대한 쭉 뻗어야 겨우 손끝에 닿는 거리. 처음에는 그 사소한 거리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쏴아아, 쏟아지는 물소리가 욕실을 가득 채우자 생각은 바뀌었다. 조금 더 움직여야 하는 그 작은 수고로움이 오히려 내가 지금 여행 중이라는 생경한 현실감을 일깨워주었다. 발바닥에 닿는 뜨거운 물의 촉감은 묵직했고, 습기로 가득 찬 욕실의 온도는 마치 따뜻한 수건으로 온몸을 감싸는 것처럼 포근했다.
조식 식당의 공기는 담백하고 정갈했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접시마다 정성이 묻어나는 구성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두유 한 잔과 갓 구운 빵의 구수한 향기가 공간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잼을 듬뿍 바른 빵을 입가에 묻히며 오물거렸고,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특별한 진미는 없었지만, 천천히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곡물의 고소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배가 부르자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아침 식사라는 단순한 행위가 주는 안온함이 좋았다.
오후 3시의 빛이 객실 깊숙한 곳까지 길게 스며들었다. 짙은 색 카펫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아이들은 그 그림자의 끝을 작은 발로 툭툭 건드리며 보이지 않는 괴물과 싸우는 시늉을 했다. 3월의 타이중은 빛의 각도가 다정하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서늘하지도 않은 그 적당한 온도가 방 안의 공기를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만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정지 화면처럼 고요했고, 그 정적은 방 안의 웃음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탁상 위에 놓인 하얀 전기포트. 물이 끓어오르며 내는 낮은 웅성거림과 미세한 진동이 손끝에 전해졌다. 직접 물을 끓여 찻잎을 우려내는 이 단순하고 느린 과정이 좋았다. 투명한 컵 속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 그 흐릿한 김 너머로 보이는 가족들의 무방비하고 편안한 얼굴들. 효율성보다는 무용한 도구들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방 안을 천천히 채워갔다. 찻잔의 온기가 손가락 끝에 머물며 마음의 긴장까지 녹여내고 있었다.
Mi La Shang Wu Lv Dian의 공유 라운지에서 마주한 짧은 정적. 공자묘와 민속 공원으로 나서기 전, 잠시 숨을 고르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여행의 피로에 지쳐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얕은 잠에 빠져 있었다. 소란스러웠던 오전의 기억들이 고요해지고, 오직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공간의 리듬이 된 시간. 그 고요함은 세상 그 어떤 음악보다 따뜻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이 평범하고도 귀한 평화를 함께 나누어 가졌다.
아이의 잠든 얼굴 위로 3월의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 셔틀버스를 타고 펑자 야시장의 활기찬 거리와 맛있는 먹거리를 아이들과 함께 탐험해 보세요.
- 호텔 근처의 공자묘와 민속 공원을 천천히 거닐며 3월의 다정한 공기를 만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