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리모컨: 손끝에 닿는 서늘하고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감촉. "더 낮춰!"와 "춥다고!"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하고도 무의미한 온도 전쟁, 결국 최저 온도로 맞춘 뒤 모두가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들었던 그 모순적인 밤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리모컨의 작은 액정 화면이 깜빡일 때마다 우리의 고집도 함께 명멸했다.
하얀 침대 시트: 빳빳하게 다려진 면의 서늘한 촉감과 은은한 세제 향. 밤늦게까지 과자 봉지를 뜯으며 내뱉은 실없는 농담들, 그리고 어느새 약속이라도 한 듯 사방으로 뻗어버린 무질서한 잠자리를 묵묵히 받아냈다. 시트 위에 흩뿌려진 작은 과자 부스러기들은 마치 우리의 허술한 여행 계획 같았고, 새벽녘 창틈으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시트의 구김을 따라 흐르던 평화로운 순간까지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셔틀버스 안내문: 로비 한구석에서 바스락거리던 작은 종이. 펑자 야시장의 먹거리들을 정복하겠다며 호들갑을 떨며 짐을 챙기던 우리의 조급함을 비웃듯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버스를 놓칠 뻔하며 땀방울을 흩뿌리며 질주했던 그 짧고도 강렬한 순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던 우리의 거친 호흡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다.
카드키: 손때 묻은 매끄러운 플라스틱 조각. 복도에서 너무 크게 웃느라 손이 떨려 세 번이나 인식에 실패했던 그 민망한 정적을 함께 견뎠다. '삑' 하고 문이 열리는 짧은 비프음이 들릴 때마다, 우리는 마치 비밀 기지에 입성하는 아이들처럼 안도하며 낄낄거렸고, 그 작은 조각은 우리의 들뜬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기포트: 낮게 웅웅거리던 진동 소리와 뽀얀 수증기. 새벽 세 시, 잠이 오지 않아 끓여낸 차 한 잔의 온기와 함께 나눈,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 타이중 공원에 가자"는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모두 엿들었을 것이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던 따스한 김이 우리의 몽롱한 대화 사이를 메우던 그 고요한 새벽의 공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아마 그들은 우리를 '대책 없이 낙천적인 여행자들'이라 불렀을 것이다. 칠석의 타이중, 연인들 사이에서 서로의 솔로 상태를 유쾌하게 비꼬며 낄낄거렸고, 중원절의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골목을 지도 없이 탐험했다. 8월의 눅눅한 습도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Mi La Shang Wu Lv Dian의 라운지에서 에어컨 냉기를 쐬며 다음 목적지를 고민했다. 광이궈의 매콤한 훠궈 김에 안경이 흐려지고, 타이중 공원의 젖은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던 시간. 특별한 깨달음은 없었지만, 함께 엉망으로 누워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Mi La Shang Wu Lv Dian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던지며 우리는 서로의 흐트러진 모습에 안심했고, 그렇게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를 함께 통과했다.
현관문이 닫히고, 묵직한 캐리어 지퍼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 펑자 야시장으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활용해 이동 시간을 줄여보세요.
- 체크아웃 후 타이중 공원의 호심정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여유를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