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활기 속에서 나눈 낮은 목소리
"여기 호텔 맞아? 그냥 클럽에 온 것 같아." 우리는 로비의 당구대 옆에 서서 서로를 보았다. 탁구공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와 묵직한 베이스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상대는 금귤 드링크를 한 모금 마시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때. 침대만 깨끗하면 됐지." "그렇긴 한데, 저 네온사인 문구 좀 봐. 파티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대." "우리는 파티 같은 거 안 하잖아." "그러니까 더 나쁘지 않네." 우리는 함께 웃지 않았지만,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 정도의 거리감이 우리에겐 가장 편안했다.작은 유리잔이 연결한 정적의 시간
그 드링크는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공유한 '맛'이자, 서로의 경계를 허문 작은 신호였다. Moxy Taichung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느껴지던 그 묘한 활기, 거친 질감의 산업적인 목재 톤과 차가운 철제가 섞인 인테리어는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로비 한편에 놓인 보드게임들과 자유로운 분위기는 우리가 알던 정적인 휴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객실 719호. 커다란 통창 너머로 코스트코 쪽의 평범한 풍경이 펼쳐졌다. 특별할 것 없는 도시의 일상이 보였기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방 안에는 생수가 없었다. 우리는 매번 유리컵을 들고 복도에 있는 물 디스펜서로 향했다. 컵에 물이 채워지는 꼴꼴거리는 소리,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짧은 침묵. 그 반복되는 행위는 마치 엉킨 실타래를 천천히 푸는 과정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그 정적 속에서 비로소 서로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침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하지만 그 정직한 단단함이 오히려 등을 곧게 받쳐주어 깊은 잠에 들게 했다. 9월의 타이중 공기는 낮에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아침이면 콧속을 스치는 공기가 제법 청량했다. 펑러공원역까지 걷는 3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발걸음의 속도를 맞추는 것에 집중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 우리만의 작은 섬을 만들었다.
근처에서 먹은 복주면의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한 고기 고명은 정확한 기억으로 남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직한 맛이었다. 오후에는 추홍구 생태공원의 유리 플랫폼 위에 서서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을 보았다. 도시 한복판에 숨겨진 낮은 땅,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가 겹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엑스오엑스오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본 타이중의 야경은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였지만, 우리는 그 화려함 속에 섞이기보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남은 술잔을 비우는 쪽을 택했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한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감각적인 공간에 머물렀고, 정직한 음식을 먹었으며, 곁에 누군가 있었다. 금귤 드링크의 시큼함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함께 보낸 시간의 온기였다.
창가에 비친 서로의 얼굴이 꽤 편안해 보였다.
- 펑러공원역에서 내려 3분만 걸으세요. Moxy Taichung의 네온사인이 보일 겁니다.
- 추홍구 생태공원의 유리 플랫폼 위에서 가만히 도시의 소음을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