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야를 강탈한 건 '작은 파티가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는 문구의 핑크빛 네온사인과 그 특유의 지지직거리는 전기음이었다. 친구 하나가 그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힙한 표정을 지으며 셔터를 누르려다, 제 발에 걸려 보기 좋게 휘청거렸다. 끈적한 공기 속에 섞인 달콤한 향수 냄새와 네온 핑크색 조명이 묘하게 어우러져, 우리는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다. 화려한 색감의 껍데기가 우리를 반기는 순간이었다.
웰컴 드링크로 제공된 금귤 술과 기포가 톡톡 터지는 포도당 음료를 들이켰다. 8월의 타이중은 공기 자체가 눅눅하게 젖어 있어 숨이 턱 막혔지만, 손끝에 닿은 차가운 잔 표면의 물방울이 짜릿한 해방감을 주었다. 혀끝에 닿는 달콤하고 쌉쌀한 풍미가 온몸으로 퍼질 때, 비로소 우리가 낯선 도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Moxy Taichung에서의 시작은 꽤나 감각적이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야, 이거 호텔 맞아? 아니면 그냥 세련된 캡슐이야?" 좁은 공간에 두 개의 싱글 침대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낄낄거렸다. "뭐 어때, 움직이지 않아도 서로 닿을 수 있어서 좋네." '펀 헌터' 패키지로 예약했다는 사실이, 이 밀도 높은 방 안에서 갑자기 운명처럼 적절하게 느껴졌다.
벽에 박혀 있는 가구들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의자와 테이블, 짐 선반이 모두 벽에 매달려 있었다. 그걸 떼어내어 사용하려는데, 친구 셋이 달라붙어 끙끙거리는 모습이 흡사 특수부대의 팀워크 훈련 같았다. 결국 캐리어를 침대 밑 좁은 틈새로 밀어 넣는 데 성공했을 때, 우리는 마치 거대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처럼 짜릿한 승리감을 공유했다.
갑자기 창밖으로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순식간에 회색빛 수채화처럼 번졌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피부를 스쳤고,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는 규칙적인 메트로놈처럼 울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멍하니 밖을 보았다. 젖은 거리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이 네 벽 안의 고요함이 묘하게 아늑했다.
다시 내려간 로비는 여전히 낮보다 뜨거운 밤클럽 같았다. 체크인을 바에서 진행하는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로비 바의 활기는 더했다. 당구대 위에서 당구공이 부딪히는 '딱'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정오의 햇살이 쏟아지는 시간임에도 이곳은 밤의 리듬을 타고 있었다. 우리는 진지하게 당구 내기를 했고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 무용한 경쟁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 마음을 채웠다.
18층 XOXO 루프탑 바에 올라가자 타이중의 야경이 발아래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습기를 머금은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렸고, 칵테일 잔 속의 얼음이 달그락거리며 청량한 소리를 냈다. "우리 진짜 멍청하게 놀고 있다"는 말에 모두가 격하게 동의했다. 그런데 그 멍청함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도시의 소음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Moxy Taichung의 침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하지만 그 딱딱함이 오히려 허리를 정직하게 받쳐주는 느낌이라 편안했다. 내일은 또 어느 골목에서 길을 잃고 헤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바스락거리는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기로 했다. 70%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여유로 채우는 여행. 이 정도의 느슨함이면 충분했다.
네온 핑크색 조명이 꺼진 뒤에도 우리의 농담은 멈추지 않았다.
- 로비 바의 당구대에서 내기를 해보세요. 지는 사람이 야식 쏘기 딱 좋습니다.
- 웰컴 드링크로 나오는 금귤 술은 꼭 마셔보세요. 8월의 습기를 한 번에 날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