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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바퀴 소리가 복도 끝까지 들리던 밤

"너 진짜 제정신이야?"

"아니, 칫솔 하나 챙기는 게 그렇게 어렵냐?" 지훈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민석은 멍한 표정으로 호텔 안내문을 훑고 있었다. "여긴 일회용품이 없대. 지구를 구해야 한다나 뭐라나." 내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덧붙였다. "결국 우리 셋 다 안 가져왔네. 지구는 구하겠는데 내 치아 상태는 누가 구하냐고!"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고, 누군가 킥킥거리기 시작하자 방 안은 하찮은 실수에 대한 조롱과 웃음소리로 금세 가득 찼다.

어둠이 설계한 안식의 공간

Ning Cui Gll - Shui An Yin Di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오래된 극장의 공기였다. 영화관 스타일의 인테리어라는 설명은 거창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것은 낮게 깔린 조명과 그 벽에 부딪혀 부드럽게 흩어지는 우리의 낮은 목소리들이었다. 방 안의 빛은 마치 영사기가 돌아가기 직전의 어스름함을 닮아 있었고,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매끄럽고 서늘한 감촉은 이곳의 결벽에 가까운 청결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특히 감탄한 것은 공간의 효율성이었다. 옷을 걸고 가방을 놓을 위치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어, 커다란 캐리어를 완전히 펼쳐도 발끝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쾌적했다.

우리는 이 여행을 위해 각자의 일상에서 작은 티켓 한 장을 끊어 이곳으로 왔다. 그 종이 조각은 단순한 예약 확인서가 아니라, 잠시 동안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는 허가증 같았다. 호텔을 나서 타이중의 9월 공기를 들이마셨다. 28도의 기온은 적당히 눅눅했고, 비가 온 뒤의 아스팔트에서는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흙내음이 올라왔다.

걸어서 닿은 제2시장의 '아치 복주면'은 기대만큼이나 정직했다. 쫄깃하다 못해 입술에 착 달라붙는 면발과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어우러진 맛.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면을 씹는 소리와 시장 상인들의 투박한 외침이 섞여 드는 소음 속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의 촌스러운 옷차림을 지적하며 낄낄거렸다.

오후에는 추홍곡으로 향했다. 도시 한복판에 푹 꺼진 초록색 구덩이 같은 공원. 지면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자 세상의 소음이 한 겹 걸러져 나갔다. 발밑의 나무 데크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우리를 안내했고, 9월의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그늘 아래로 들어서면 피부에 닿는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구도가 엉망인 사진, 눈을 감은 얼굴들 같은 의미 없는 조각들을 찍었다. 하지만 그 망가진 기록들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정체였다. Ning Cui Gll - Shui An Yin Di라는 은신처에서 시작된 이 정적으로의 입장은 생각보다 저렴했고, 그 대가로 얻은 평온함은 꽤 묵직했다.

새벽 두 시의 낮은 고백

"야, 우리 10년 뒤에도 이러고 있을까?" 민석이 천장의 어둠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물었다. 방 안은 다시 영화관 같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글쎄. 그때쯤이면 너 칫솔 챙기는 법은 배웠겠지." 지훈의 대답에 민석이 짧게 욕을 내뱉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근데 말이야. 가끔은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내가 눈을 감은 채 대답하자,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꽤 편안했다. 굳이 위로하거나 격려하지 않아도 충분한, 밀도 높은 밤이었다.

창밖으로 타이중의 야경이 희미한 수채화처럼 번지고 있었다.

  • 아치 복주면의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한 고기 고명의 조화를 꼭 경험해 볼 것.
  • 추홍곡의 하강하는 지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소음을 지워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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