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아끼는 플라스틱 공룡 인형이 old school行旅 로비의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를 질질 끌려갔다. 슥, 슥. 규칙적인 마찰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아이는 인형의 꼬리가 바닥에 닿는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좋은지 계속해서 같은 궤적을 그렸다. "아빠, 공룡이 산책한대요." 아이의 작은 속삭임이 공중에 흩어졌다. 로비 한구석에 놓인 백합의 진한 향기가 눅눅한 5월의 공기와 섞여 코끝에 묵직하게 걸렸다.
'로컬' 객실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갓 세탁해 햇볕에 잘 말린 리넨 셔츠처럼 쾌적한 면 시트가 피부에 닿았다. 특히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베개의 포근함은 마치 구름 속에 파묻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몸을 지그시 누르자, 비로소 여행의 팽팽했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낮게 깔린 산등성이의 능선이 마음의 소란을 잠재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그 안도감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창밖에서 멀리 뇌우의 낮은 울림이 들려왔다. 5월의 타이중은 습기를 머금어 공기가 무겁고 끈적였다. 곧이어 유리창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토독, 토도독. 불규칙한 리듬이 방 안의 정적을 촘촘하게 채웠다. 아이들은 창문에 코를 맞대고 빗줄기가 그리는 수직의 선들을 구경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배경 삼아 책장을 넘겼다. 빗소리가 세상의 소음을 지워주는 천연의 커튼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정당한 이유가 생겼다는 사실에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호텔의 '봉차' 정신이 깃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셨다. 찻잔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혀끝에 닿는 찻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쌉싸름했지만 끝맛은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 입안을 정갈하게 씻어내 주었다. 옆에서 아이가 현지 과자를 오물거리며 먹고 있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찻물의 향과 섞여 공기 중에 맴돌았다. 거창한 만찬은 아니었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찻잔의 온기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오후 4시의 햇살이 블라인드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벽지에 가느다란 금빛 줄무늬를 만들었다. 빛의 입자들이 정지된 시간 속에서 느릿하게 유영하는 것이 보였다. 그림자는 아주 천천히, 마치 거북이의 걸음처럼 방 바닥을 가로질러 이동했다. 시계 바늘이 톱니바퀴를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고요함이었다. 그 빛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생산성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용한 시간을 탐닉하는 즐거움, 그것은 이 공간이 주는 가장 큰 사치였다.
old school行旅의 복도는 턱 하나 없이 매끄럽게 이어져 있었다. 유모차 바퀴가 걸림 없이 굴러가는 소리가 경쾌한 박자로 울려 퍼졌다. 배리어 프리 설계 덕분에 누군가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원래부터 모두에게 열려 있는 숲길을 걷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손끝으로 벽면의 질감을 가만히 훑어보았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정갈하게 마감된 벽면의 서늘한 촉감이 신뢰감을 주었다. 과하지 않은 절제가 주는 안온함, 그것이 이곳의 정체성 같았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후, 거실의 낮은 조명 아래 모여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에는 난터우의 반딧불이를 보러 가자." 특별한 약속은 아니었지만, 함께 미래의 어느 지점을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몽글해졌다. 방 안에는 적당한 온기와 함께 서로의 숨소리가 섞여 들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밀도 높은 침묵.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며 깊은 밤의 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공기가 딱 적당했다.
- 호텔 내의 봉차 서비스와 함께 지역 차의 풍미를 천천히 음미하며 여유를 찾아보세요.
- 배리어 프리 시설이 완벽해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어르신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 최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