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아, 너무 뜨겁지도 않고"
"물 온도는 어때?" 내가 묻자, 그는 천천히 몸을 담그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딱 좋아. 너무 뜨겁지도 않고." "그럼 나도 들어갈게." 우리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며 Tai Zhong Shun Tian Huan Hui Jiu Dian의 욕조 앞에 섰다. 5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눅눅했다. 피부에 닿는 습도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계절이었지만, 방 안으로 들어온 순간 그 눅눅함은 은은한 아로마 향과 섞여 기분 좋은 포근함으로 바뀌었다.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공간을 탐색하는 시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도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카멜색 정적과 일렁이는 도시의 리듬
방은 차분한 카멜색 벽지와 매끄러운 대리석이 조화를 이루어, 마치 잘 가꿔진 누군가의 거실에 초대받은 듯한 안락함을 주었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두툼한 촉감은 외부의 소음을 흡수하며 우리만의 작은 섬을 만들어냈다. 42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은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충분히 느끼면서도 각자의 숨구멍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곧장 21층 루프탑 수영장으로 향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타이완 대로의 차들은 작은 장난감처럼 보였고, 멀리서 낮게 깔려오는 천둥소리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평온함을 극대화했다.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그자 어깨 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이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물결이 일렁이는 모양과 옆에 있는 사람의 규칙적인 숨소리, 그리고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는 서늘한 감촉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리듬이었다.저녁에는 욕조에 해염을 풀었다. 하얀 소금 입자가 투명한 물속으로 녹아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찌꺼기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은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매끄러웠고, 욕실을 가득 채운 따뜻한 수증기는 시야를 몽환적으로 흐트러뜨렸다. 우리는 욕조 끝과 끝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상태, 그것이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찾은 가장 소중한 조각이었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이 따뜻한 물 온도를 따라 몸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다음 날 아침, 층고가 높은 레스토랑에서 맛본 과일의 선명한 단맛과 창밖으로 짙어지는 5월의 초록은 우리가 이곳 Tai Zhong Shun Tian Huan Hui Jiu Dian에서 보낸 시간이 단순한 숙박이 아닌, 서로의 내면을 살피는 정적인 휴식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운동화 대신 슬리퍼만 신은 채, 우리는 60퍼센트의 힘만 쓰며 남은 에너지를 서로를 사랑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젖은 발자국이 하얀 대리석 바닥 위에서 천천히 증발하고 있었다.
- 밤의 루프탑 수영장에서 타이중의 야경과 도로의 불빛을 가만히 내려다보길 권해.
- 욕조에 해염을 듬뿍 넣고 물 온도가 딱 적당해질 때까지 함께 기다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