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욕조: 눅눅하고 따뜻한 수증기 속에 짭조름한 해염 향이 섞여 있었다. "야, 내 발 닿았어!"라며 비명을 지르던 세 성인의 유치한 다툼을 기억한다. 뜨거운 물속에서 서로의 발가락이 스칠 때마다 질색하며 물을 튀기던 소란함, 그리고 결국 모두가 항복한 듯 입을 다물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 묘한 정적까지 전부 지켜봤다. 물 온도는 딱 적당했고, 우리의 민낯은 더없이 솔직했다.
21층 인피니티 풀: 뺨을 스치는 바람은 제법 찼지만, 눈앞에 펼쳐진 타이중의 스카이라인은 보석을 뿌려놓은 듯 근사했다. 인생 사진을 남기겠다며 잔뜩 힘을 주어 폼을 잡다가, 중심을 잃고 다 같이 물속으로 꼬꾸라져 헛웃음을 터뜨린 찰나를 지켜봤다. 발아래로 보이는 타이완 대로의 차들은 작은 개미 떼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 작은 불빛들을 보며 누가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지 내기를 했고, 차가운 물속에서도 마음만은 몽글몽글하게 피어올랐다.
바스락거리는 흰색 침구: 갓 세탁한 면 특유의 빳빳하고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42제곱미터의 디럭스 룸은 셋이 뒹굴며 장난치기에 충분히 넉넉한 크기였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냥 이대로 누워 있기로 결정한, 그 비장하기까지 한 게으름의 순간을 지켜봤다. 누가 먼저 잠들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전멸이었다. 셋 다 입을 벌린 채 침대에 널브러진 모습이 너무 웃겨서 잠시 깬 사람이 다시 킥킥거리며 잠들던 평화로운 오후였다.
조식 뷔페의 넓은 접시: 코끝을 간지럽히는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알록달록한 열대 과일들이 가득했다. 서로 더 맛있는 것을 가져오겠다며 접시 위에 음식을 산처럼 쌓아 올리던 그 귀여운 욕심을 지켜봤다. 정작 다 먹은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접시를 보며 "너무 많이 가져왔지?"라고 툭 던지던 말 속에 섞인 안도감과 친밀함을 기억한다.
폭신한 객실 슬리퍼: 보드라운 천의 질감이 발등을 감쌌다.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를 질질 끌며 걷던 나른한 소리를 기억한다. 충전기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하게 침대로 되돌아오던 다급한 발소리와, 다시 느릿하게 욕실로 향하던 그 몽롱한 걸음걸이까지. 이 슬리퍼는 우리가 이 공간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무장해제되어 게을러질 수 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만약 이 공간의 물건들이 입을 열 수 있다면
Tai Zhong Shun Tian Huan Hui Jiu Dian의 우아한 인테리어는 아마 우리를 보며 혀를 찼을 것이다. 매끄러운 대리석 표면과 정갈한 가구들은 그 위에 널브러진 옷가지와 과자 봉지를 보며 당혹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이 소란스러운 침입자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찾고 있었는지를. 고급스러운 공간의 긴장감을 비웃듯 우리는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서로의 못난 점을 보며 웃었다. 호텔의 정적은 우리의 웃음소리에 밀려났지만, 그 빈자리는 묘한 온기로 채워졌다.
4월의 타이중, 어깨 위에 내려앉은 하얀 통화 꽃잎 하나면 충분했다.
- 21층 루프탑 수영장에서 도시의 소음을 지우고 반짝이는 야경을 감상해 보세요.
- 호텔 근처 타이완 대로를 정처 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숨을 골라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