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의 기계적인 음성이 우리를 배신했다. 타이중 타이핑구의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낮게 깔린 습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누구 먼저 입구를 찾나 내기를 걸었지만, 결국 셋 다 엉뚱한 집 대문 앞에서 멍청하게 멈춰 섰다. 서로의 황당한 표정을 교환하는 데 걸린 시간 10분. 헛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것으로 우리의 여행은 완벽하게 시작되었다.
시장 모퉁이에서 산 이름 모를 튀김. 갓 튀겨낸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찔렀다. 바삭한 껍질을 베어 물자 뜨거운 설탕 시럽이 혀끝에 닿아 짜릿한 단맛을 퍼뜨렸다. 끈적이는 손가락을 대충 바지에 닦아내자 친구가 질색하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달콤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Wei Xiao De Jia ( Min Su )라니, 이름 너무 친절한 거 아냐?" 친구 녀석이 툭 던졌다. 정작 본인의 얼굴은 찌푸린 미간 때문에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그 모순적인 표정을 놓치지 않고 캡처해 단톡방에 올렸다. 복도 끝까지 울려 퍼진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6인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풀었는데, 순식간에 방이 옷가지들로 뒤덮였다. 마치 섬유 공장이 폭발한 것 같은 풍경이었다. 우리는 그 알록달록한 옷더미 사이를 헤엄치며 각자의 영토를 표시했다.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어야 했지만, 그 밀도가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깊은 밤, 거실 창밖으로 타이중 시내의 불빛들이 보석처럼 흩어져 있었다. 멀리서 반짝이는 전등들이 작은 점이 되어 밤하늘의 별과 경쟁하는 듯했다. 5분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흐르는 정적, 그리고 창밖의 빛.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새벽 4시의 정원.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정신을 번쩍 깨웠다. 눅눅한 흙 내음과 싱그러운 풀 냄새, 그리고 Wei Xiao De Jia ( Min Su ) 특유의 리모델링한 별장 냄새인 정갈한 나무 향이 섞여 있었다. 맨발로 닿은 타일의 서늘함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세웠다.
돌아오는 길, 길가에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공중을 유영했다. 친구 머리 위에 꽃잎 하나가 정확히 내려앉았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10분 동안 모른 척했다. 나중에 알려주자 녀석이 황당해하며 머리를 털어냈고, 우리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폭소를 터뜨렸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말라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몸의 무게가 매트리스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며 중력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길을 잃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잠들기로 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무용한 시간이 주는 쾌적함이 이토록 달콤할 줄이야.
창밖에는 여전히 하얀 꽃잎들이 느리게 춤추고 있었다.
- 타이핑구 골목길에서 일부러 길 잃어보기. 뜻밖의 풍경을 만난다.
- 새벽 정원에서 차가운 공기 마시기. 머릿속이 투명하게 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