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을 예약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혹은 어느 나른한 오후의 당신에게. 우리는 가끔 목적지 없는 여행이 필요하죠. 대단한 발견보다는 그저 당신과 내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그런 시간 말이에요. 3월의 타이중, 그 적당한 온도의 기록을 보냅니다.
도시의 소음이 정적으로 변하는 13층의 마법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귀를 자극한 건 기계식 주차장의 서늘한 금속음이었다. 육중한 기계가 차를 집어삼키며 내는 '철컥' 하는 소리가 생경했지만, 내 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그 막막함은 곧 묘한 해방감으로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걷거나, 누워있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허락 같았으니까. 체크인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방 문을 열자마자,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와, 욕조 진짜 크다." 당신의 낮은 감탄사와 함께 마주한 넓은 욕조는 여행의 피로를 온전히 녹여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창밖으로는 문심로와 창평로가 교차하는 북툰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는데, 13층의 높이는 도시의 소음을 적당히 걸러내어 아늑한 정적만을 남겨주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자동차들이 작은 장난감처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는 그 무의미한 흐름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가져온 카메라는 결국 가방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 당신의 옆모습을 보는 게 더 좋았으니까. 카메라는 그저 가방 속의 묵직한 장식품, 일종의 탁구채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는 대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오후 4시의 햇살이 카펫 위에 길게 사선을 그리며 내려앉았고, 그 황금빛 온기가 발등을 간지럽혔다. 빛의 각도가 천천히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그 무용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순간이었다.소박한 식탁 위로 흐르던 다정한 침묵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호텔의 조식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두유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질 때 비로소 잠이 깼다. 단순한 구성의 식탁 위로 다정한 침묵이 흘렀다. 굳이 말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라는 안도감이 컵이 부딪히는 작은 소음과 빵을 씹는 소리 속에 녹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로비에 마련된 24시간 음료와 작은 과자들을 챙겨 밖으로 나오자, 20도의 보드라운 타이중 공기가 가디건 사이로 스며들었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고, 멀리서 마조 축제를 준비하는 활기찬 소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리는 축제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대신, 그 주변을 천천히 맴돌았다. 굳이 무언가를 보러 가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이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았다. 당신이 조금 빨리 걸으면 내가 속도를 냈고, 내가 멈춰 서면 당신이 기다려 주었다. 그 작은 리듬의 차이를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없이 편안했다.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의 포근한 품과 적당한 온도의 거리, 그리고 당신. 이 세 가지만으로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13층 창가에 기대어 시간을 보낼 것 같다.어느 오후, 13층의 햇살이 머물던 방에서.
- 기계식 주차의 묘미를 즐긴 후, 넓은 욕조에서 여행의 피로를 먼저 씻어낼 것.
- 로비의 무료 간식을 챙겨 북툰구의 골목길을 정처 없이 걷는 시간을 가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