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타이중은 햇살이 지나치게 하얘서 가끔은 눈이 시렸다.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불쾌함조차 여행의 일부라 여기며 들어선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의 로비는 정직하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땀에 젖은 뒷덜미를 스치는 그 냉기에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왔고, 기계식 주차장의 느릿한 기다림은 오히려 이번 여행의 속도와 닮아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올라간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 마음의 공간까지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킹사이즈 침대가 방 한가운데를 묵직하게 차지하고 있었고, 정돈된 하얀 시트는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처럼 순백의 고요를 머금고 있었다. 너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침대 위로 몸을 던졌고, 푹신한 매트리스가 너의 무게를 받아내며 가볍게 출렁였다. "여기 그냥 계속 있고 싶다." 네가 웅얼거린 그 나른한 목소리에 나는 작게 웃으며 곁에 누웠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그 자세가 꽤 마음에 들었다. 욕실의 타일은 발바닥에 닿았을 때 기분 좋게 차가웠고,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자 뿌연 김이 욕실 전체를 몽환적으로 감쌌다. 우리는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찰랑이는 물소리가 정적을 메우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며 말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마주한 음식들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직했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따뜻한 두유 한 잔이 위장을 부드럽게 달랬다. 너는 빵에 잼을 듬뿍 발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입안에 퍼지는 쌉싸름한 맛과 달콤한 향기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대신 로비에 마련된 무료 음료와 작은 쿠키들을 탐색했다. 바삭한 쿠키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이번 여행에 거창한 목적지가 없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그냥 여기 있고 싶어서 왔고, 여기 있으니 좋다는 단순한 결론. 그것으로 충분했다. 객실에 비치된 DVD 플레이어로 오래된 영화를 틀어놓고, 우리는 다시 한번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13층 높이의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중 시내의 풍경은 아득했고, 오후의 소나기가 갑작스럽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들이 불규칙한 선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추상화 같았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백색소음처럼 방 안을 채웠고, 우리는 그 소리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느낌. 하지만 그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 리듬에 맞춰 내 호흡을 조절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되는, 아주 적당한 거리에 있었다. 창밖의 비는 그칠 줄 몰랐고, 우리는 그 비 덕분에 더 오랫동안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정당성을 얻었다. 그것은 꽤 괜찮은 거래였다. 근처 편의점에 다녀오는 짧은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타이중의 짙은 습도를 온몸으로 받아냈지만, 돌아와 마주한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의 서늘함은 그만큼 더 달콤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 하나가 길게 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찰나의 잔상.
- 로비의 무료 쿠키와 음료를 즐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후의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
- 넉넉한 크기의 욕조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타이중의 소음을 잠시 잊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