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
우리는 이번 여행의 첫 번째 규칙으로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는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뻔했다. 지도 앱을 쥔 친구의 손가락이 갈팡질팡하며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사이, 우리는 이미 예정된 경로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3월의 타이중 공기는 눅눅함과 쾌적함 그 경계 어디쯤의 미지근한 온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깨를 파고드는 가방 끈의 묵직함이 느껴졌지만, 누구 하나 먼저 멈춰 서자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앞서가는 이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릴 뿐이었다. "거의 다 왔어"라는 말은 이 여행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주문처럼 반복되었고, 우리는 그 거짓말을 알면서도 기꺼이 그 뒤를 쫓았다. 발걸음마다 닿는 보도블록의 거친 질감과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경적 소리가 우리가 낯선 도시에 도착했음을 실감 나게 했다.
우연이 선물한 붉은빛의 소란
북툰 구역의 낯선 골목으로 접어든 순간, 우리는 우리가 완벽하게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당혹감은 곧 예상치 못한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거리 곳곳을 수놓은 강렬한 붉은 장식들과 마조 국제 관광 문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활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계획된 일정표에는 없던, 오직 길을 잃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풍경이었다. 어느 작은 가게 앞에서 파는 이름 모를 간식의 달콤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정체를 추측하며 낄낄거렸다. "이런 게 진짜 여행이지"라는 누군가의 혼잣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효율적인 경로로 움직였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무용하지만 찬란한 타이중의 진짜 얼굴이었다. 우리는 다시 지도를 켰지만, 더 이상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늦은 김에 조금 더 헤매기로 한 우리는, 골목 구석구석에 스며든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다.
마침내 닿은 안식의 좌표
13층 높이로 툭 솟아오른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의 입구에 들어서자, 바깥의 미지근한 열기를 단숨에 식혀주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피부에 닿았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기계식 주차장이었는데, 차가 거대한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모습은 묘하게 우스꽝스러워 한참을 구경했다. 직원이 능숙하게 체크인을 돕는 동안, 우리는 로비에 마련된 24시간 무료 음료와 바삭한 쿠키 바구니를 발견했다. 입안에서 가볍게 부서지는 쿠키의 식감과 달콤한 향기가 긴장되었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벌어진 일은 예상 가능했다. 누가 더 넓은 침대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짧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 이 방의 진짜 가치는 다른 곳에 있었다. 가족실 특유의 넉넉한 구조 덕분에 세면대와 화장실이 두 세트나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친구 셋이 함께 여행하며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씻는 순서'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양치를 하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세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가장 효율적인 안식이었다. 더 이상 화장실 문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중 시내의 전경은 덤이었다. 13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적당히 복잡했고, 또 적당히 평온했다. 우리는 빳빳한 흰 시트의 촉감이 기분 좋은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여기 그냥 계속 누워있어도 되겠다"는 말에 모두가 깊은 동의의 한숨을 내뱉었다. 커다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 몸을 녹이고 나니, 비로소 여행의 피로가 기분 좋은 나른함으로 변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발가락을 툭툭 치며, 내일은 또 어느 골목에서 기분 좋게 길을 잃을지 낮은 목소리로 계획을 세웠다.
창밖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도시의 밤이 깊어갔다.
- 로비에서 24시간 제공되는 무료 쿠키와 음료로 당 충전을 잊지 말 것
- 친구들과의 평화를 위해 화장실이 두 개인 가족실 예약을 강력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