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주차장의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이 고막을 찔렀다. 차 키를 건네자 직원이 기계적으로 차를 끌고 들어갔다. 우리는 멍하니 서서 내 차가 어두운 틈새로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지켜봤다. 이번 여행의 첫 일정은 의도치 않게 '자동차 실종 사건 관람'이 되었다. 묘하게 허탈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복주식 의면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쫄깃하게 씹히는 면발 사이로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엉겨 붙어 있었다. 아침의 서늘함을 단번에 밀어내는 진한 육수의 온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잠이 깼다. 입가에 소스를 잔뜩 묻힌 채 황홀한 표정을 짓는 친구의 얼굴이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이제부터 진정한 모험가야." 누군가 호기롭게 외쳤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10군데의 명소를 정복하겠다며 빽빽하게 짠 계획표는 결국 호텔 로비의 푹신한 소파 위에서 컵받침 신세가 되었다. 결국 세 군데만 겨우 돌았다. 걷는 시간을 줄이고 게으름을 늘린 것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객실 한구석에 낡은 디브이디 플레이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스트리밍 시대에 누가 이런 기계를 쓰나 싶어 우리는 한참 동안 그 무심한 검은 상자를 응시했다. 결국 아무것도 틀지 않았지만, 이 세련된 공간에 쓸모없는 기계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처럼 조금은 느슨해도 괜찮다는 위로 같았다.
10월의 타이중은 섭씨 25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피부에 닿는 공기가 딱 적당한 온도였다. 추홍곡 생태공원의 낮게 고요해지은 녹지를 천천히 걸었다. 눅눅한 흙 내음과 풀향기가 섞인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마음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쾌적한 산책은 생각보다 훨씬 달콤했다.
Tai Zhong Xiang Cheng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 개방감이 좋았다. 커다란 킹 베드에 몸을 던지기 전,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다. 찰랑거리는 물결이 어깨를 덮을 때의 그 묵직한 온기가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씻고 나와 마주한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촉감은 마치 구름 속에 파묻히는 기분이었다.
재즈 페스티벌로 향하던 길에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 낯선 골목 끝에서 코끝을 찌르는 구운 옥수수의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계획에는 없던 간식이었지만, 길을 잘못 들었기에 만날 수 있었던 뜻밖의 수확이었다. 인생의 오답 노트 같은 이런 사고는 언제나 환영이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전환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였고, 머무는 곳이 아늑했다. 무언가를 억지로 찾으러 온 여행이 아니었기에, 적당히 걷고 적당히 먹으며 적당히 쉰 시간들만으로도 충분했다. 비어있음으로써 비로소 채워지는 휴식의 감각이었다.
방 안을 채운 조명은 포근한 노란빛이었다.
- 해 질 녘의 추홍곡 생태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느껴봐.
- 아침 식사로 쫄깃하고 진한 복주식 의면은 꼭 먹어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