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回到 臺中勤美洲際酒店 InterContinental Taichung

배고픔이라는 이름의 야간 통행증

6월의 타이중은 공기 자체가 하나의 무거운 젖은 담요처럼 온몸을 짓눌렀다. 습도는 한계치까지 차올라 피부에 닿는 모든 감촉이 끈적였고, 오후 내내 쏟아진 소나기가 할퀴고 간 거리에는 비릿한 아스팔트 냄새와 눅눅한 흙먼지 향이 뒤섞여 있었다. 우리는 Tai Zhong Qin Mei Zhou Ji Jiu Dian intercontinental taichung의 정갈한 객실 안에서 서늘한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잠시 정적 속에 머물렀다. 그때 누군가 나지막이 배가 고프다고 중얼거렸다. 그 말은 마치 금지된 구역으로 들어가는 야간 통행증처럼 작용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호텔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열기는 여전했지만, 비 갠 뒤의 밤공기는 묘하게 투명했다. 가로수들의 초록은 짙은 잉크를 풀어놓은 듯 선명했고, 우리는 근처 편의점과 작은 가게들을 돌며 제철을 맞은 노란 망고 몇 팩과 정체 모를 대만 과자들, 그리고 손끝이 아릴 정도로 차가운 캔맥주를 집어 들었다. 비닐봉지가 손가락 마디를 파고드는 통증조차 즐거웠다. 젖은 운동화 바닥이 보도블록에 닿을 때마다 쩍쩍 소리를 냈지만, 그 소음마저 이 밤의 리듬처럼 경쾌하게 들렸다.

노란 과즙과 함께 흩어진 진심들

객실로 돌아와 180x200 사이즈의 거대한 침대 위에 전리품처럼 사 온 것들을 쏟아놓았다. 빳빳하고 하얀 시트 위로 노란 망고 조각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졌다. 우리는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침대 끝에 걸터앉아, 캔맥주를 따는 날카로운 마찰음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진짜 졸업하는 거 맞아?"

한 명이 망고를 씹으며 물었다. 입가에 묻은 노란 과즙이 조명 아래서 번들거렸다. 다른 한 명은 맥주 캔의 차가운 냉기를 손바닥으로 느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몰라. 그냥 그렇겠지. 뭐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그렇겠지. 근데 좀 이상해. 여기 침대가 너무 넓어서,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면 영영 못 찾을 것 같거든."

우리는 한동안 바보처럼 웃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통합된 최신식 객실의 조명이 우리의 기분처럼 은은하게 변했고, 다이슨 드라이어의 매끄러운 표면과 네스프레소 머신의 금속성 광택이 세련된 빛을 내뿜고 있었다. Tai Zhong Qin Mei Zhou Ji Jiu Dian intercontinental taichung이 제공하는 5성급의 정갈함과 우리가 펼쳐놓은 야식의 무질서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졸업 후의 막막한 계획,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대한 불안, 혹은 내일 어디를 갈지에 대한 사소한 고민들이 망고의 진한 단맛과 함께 오갔다.

"나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될까?"

"돈 없어."

"그러니까 여행 온 거지."

대화는 툭툭 끊겼지만, 그 공백은 오히려 안락했다. 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거창한 수식어 대신, 지금 입안에 머무는 망고의 당도와 맥주의 쌉싸름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서로의 불안을 굳이 언어로 정의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맛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포만감이 남긴 투명한 침묵

망고 팩이 비워지고 맥주 캔이 바닥을 드러내자, 소란스러웠던 공기가 천천히 고요해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추고 통창 너머를 보았다. 창밖으로는 초오도의 녹지가 밤의 어둠 속에서 더 깊고 무거운 색을 띠며 숨 쉬고 있었다. 도시의 소음은 두꺼운 유리창에 걸러져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왔다.

욕실로 들어가 바이레도 향의 비누로 손을 씻었다. 손끝에 남았던 망고의 끈적임이 사라지고, 서늘한 숲의 향기가 피부에 내려앉았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친구들이 넓은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55제곱미터의 쾌적한 공간이 주는 안도감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누군가 낮게 코를 골기 시작했고, 그 규칙적인 소리가 자장가처럼 방 안을 채웠다.

특별한 이벤트도, 거창한 깨달음도 없었다. 다만 6월의 습한 공기와 대비되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 그리고 적당히 배부른 상태로 누워 있는 이 무용한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삶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고른 숨소리를 이정표 삼아 천천히 깊은 잠 속으로 고요히 머무했다.

빗소리가 멎은 창밖으로 짙은 초록색 나무들만 남았다.

  •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완식 망고 빙수와 쌉싸름한 캔맥주 한 캔.
  • 현지 야시장에서 갓 튀겨낸 지파이와 쫀득한 타피오카 펄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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