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호텔 복도를 망토처럼 두른 가운을 펄럭이며 뛰었다. 바스락거리는 면직물의 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깨뜨렸다. 하얀 벽면이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를 튕겨냈고, "여기 진짜 성 같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층 전체에 파동처럼 울려 퍼졌다. 아이의 작은 발바닥이 매끄러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쫀득한 마찰음이 났다. 현대적인 복도의 차가운 직선들이 아이의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인해 조금은 헐거워 보였다. 그 무질서함이 오히려 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등줄기를 따라 전해졌다.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의 정갈한 침구는 마치 갓 세탁한 구름 속에 파묻힌 기분을 주었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닿자, 운전대를 잡느라 굳어있던 손가락 끝의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꽉 조여매고 있던 신발 끈을 푼 것처럼, 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천장의 하얀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휴식이었다.
창밖으로는 일중가 상권의 소음이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왔다. 오토바이의 날카로운 가속음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겹겹이 섞여 들어왔다. 하지만 두꺼운 유리창 너머 방 안은 깊은 바닷속처럼 고요했다. 가끔 들리는 엘리베이터의 낮은 도착음과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발소리. 그 소리들의 간격이 적당한 리듬을 만들었다. 소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보다, 멀리서 들려오는 삶의 소리가 오히려 이 방의 정적을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아침 식사로 나온 토스트에 잼을 듬뿍 발랐다. 달콤하고 진한 베리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제 거리에서 사 먹은 밀크티의 쌉싸름하고 진한 맛이 여전히 혀끝에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여기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들였다. 입안에 퍼지는 온기가 잠든 감각을 부드럽게 깨웠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갓 구운 빵의 바삭한 질감과 잼의 끈적함이 주는 단순한 즐거움이 있었다. 아이들은 입가에 잼을 묻힌 채 서로를 보며 킥킥거렸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오후 4시의 햇살이 커튼 틈새로 길게 스며들었다. 방 안의 가구들이 바닥 위에 길고 짙은 그림자를 그려냈다. 공중에 느릿하게 떠다니는 작은 먼지들이 빛을 받아 금가루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 그림자 속에 발을 집어넣고 가만히 멈춰 있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경계 지점이 포근한 담요처럼 느껴졌다. 4월의 햇살은 뜨겁지 않고 적당히 미지근했다. 그 온도가 방 안의 공기를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만들었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메모지와 펜. 첫째가 삐뚤삐뚤하게 적어놓은 '내일은 꼭 그거 먹을래'라는 글씨가 보였다. 잉크가 살짝 번진 자국이 아이의 서툰 진심처럼 보였다.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의 효율적인 공간 구성 덕분에 마련된 작은 책상이, 이제는 아이의 소망을 담은 작은 제단이 된 것 같았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그 투박한 메모 한 장이 더 깊게 눈에 들어왔다. 무용한 기록이었지만, 그 기록이야말로 이 여행의 가장 진실한 실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소중했다.
모두가 지쳐 잠든 밤.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둔 채 서로의 고른 숨소리를 들었다. 거창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아이들의 규칙적인 호흡이 방 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채웠다. 샤워 후 느껴지는 피부의 보송함과 안정적인 온수 덕분에 몸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어깨에 묻어있던 하얀 통화꽃 잎 하나가 침대 시트 위로 소리 없이 떨어졌다. 그냥 함께 있다는 사실, 그 단순한 연결감만으로 충분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꽤 괜찮은 밤이었다.
하얀 통화꽃이 흩날리는 거리로 다시 나갈 준비를 한다.
- 일중가 상권까지 천천히 걸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소품샵을 구경해 보세요.
- 타이중 식물원 산책 후 호텔의 쾌적한 침구 속에서 달콤한 낮잠을 청하는 시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