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둘째가 내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고사리 같은 손에는 정체 모를 끈적한 사탕 껍질이 들려 있었지만, 내 시선은 이미 끝없이 높은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높은 데시벨이 공중으로 흩어지며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Taichung One Hotel의 첫인상은 거대한 유리잔처럼 투명했다. 건물 전체를 감싼 유리 커튼월이 3월의 보드라운 햇살을 그대로 안으로 들였고, 피부에 닿는 공기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20도였다. '아, 여기라면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여행도 조금은 낭만이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가족 여행은 대개 계획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고단한 작업이지만, 이곳의 압도적인 층고는 그 괴리마저 여유롭게 수용하는 넓은 품을 가지고 있었다. 바닥에 반사된 빛의 조각들이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춤을 추었고, 유리에 투영된 타이중의 푸른 하늘이 방 안까지 스며드는 광경은 마치 우리가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 넓은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도감만으로도 이번 여정은 이미 절반의 성공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훔친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
첫째는 침대 옆에 놓인 푹신한 암체어에 몸을 웅크린 채 자신만의 작은 성을 쌓았다. 반면 둘째는 TV 속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화려한 색감에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살면 안 돼?" 아이의 천진난만한 제안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방 안에 '함께 썩기로' 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하면서도 보드라운 감촉과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적당한 무게감은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강렬한 여행의 기억을 선사했다. 잠시 외출해 다녀온 마카롱 공원의 파스텔톤 미끄럼틀과 알록달록한 구조물들은 분명 화려했지만, 아이들이 결국 가장 좋았다고 말한 것은 호텔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로 다이빙하며 터뜨린 웃음소리였다. 룸서비스로 주문한 따뜻한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가 방 안의 공기를 몽글몽글하게 채울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완벽한 쾌락을 공유했다. 쾌적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뒹굴거리며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들. 굳이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누워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체크아웃 후, 마음속에 가장 깊이 각인될 장면은 무엇일까?
호텔 밖은 마조 국제 관광 문화제의 붉은 깃발과 진한 향 냄새,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육중한 호텔 문을 닫고 들어오는 순간, 세상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그 극명한 대비가 주는 안락함이 좋았다. 지하 1층 레스토랑의 높은 천장 아래에서 맞이한 조식 시간, 접시가 부딪히는 맑은 소리와 커피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소한 향기, 그리고 비스듬히 쏟아지는 오전의 빛이 테이블 위를 유영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우리는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저 좋은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편한 의자에 기대어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거창한 깨달음 같은 건 없었지만, '여기 있으니까 정말 좋았다'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확신만이 남았다. 아이의 풀린 운동화 끈을 뒤늦게 발견하고 무릎을 굽혀 묶어주던 그 짧은 정적이, 거리의 화려한 축제 행렬보다 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머물 것 같다. 그것은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 가족만이 공유한 작은 섬 같은 평화였다.
햇살이 머물다 간 유리창에 아이의 작은 손자국이 훈장처럼 남아 있었다.
- 3월의 타이중은 일교차가 크니 가벼운 겉옷을 준비해 아이들의 체온을 지켜주세요.
- 호텔 내 넷플릭스 기능을 활용해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며 느긋한 저녁을 보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