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을 마치고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골목 어귀의 작은 버블티 가게였다. 3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적당히 미지근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치 갓 세탁해 말린 수건처럼 포근한 온도. 우리가 고른 흑당 밀크티의 컵 표면에는 송골송골 차가운 이슬이 맺혀 있었다. 빨대로 씰을 뚫는 경쾌한 '톡' 소리와 함께 진한 갈색의 액체가 입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혀끝에 닿는 설탕의 농밀한 달콤함, 그리고 뒤이어 씹히는 타피오카 펄의 쫄깃한 촉감이 입안에서 기분 좋은 리듬을 만들어냈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컵의 서늘한 온기는 여행의 긴장을 기분 좋게 녹여주었고, 코끝에 머무는 흑당의 그을린 향기는 이 낯선 도시가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시간의 결이 묻어나는 아늑한 안식처
다시 발을 들인 Shuang Xing Da Fan Dian의 객실은 화려함보다는 정갈한 안온함이 먼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약간은 오래된, 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특유의 공기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이곳은 너무 매끄러워 긴장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적당히 손때가 묻어 있어 마음 놓고 늘어질 수 있는 다정한 방이었다.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빛바랜 벽지와 직선적인 가구들은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가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고요해졌다. 창밖으로는 타이중역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이는 역의 조명들은 마치 도시의 거대한 심장박동처럼 보였고, 그 리듬에 맞춰 기차들이 은빛 바늘처럼 도시를 꿰매며 들어오고 나갔다. 중앙 냉방 시스템의 낮은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가운데, 욕실에서 쏟아지는 강한 수압의 뜨거운 물줄기가 하루의 피로를 시원하게 씻어내렸다. 노란빛 조명이 공간을 따스하게 채운 이 작은 방은, 소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완벽하게 분리해 주는 포근한 고치와 같았다.
침묵마저 다정한 우리만의 리듬
우리는 침대 헤드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 남은 밀크티를 나누어 마셨다. 228 연휴가 겹쳐 도시는 활기로 가득했고, 열린 창틈으로는 마조 순례 행렬의 북소리가 먼 파도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려왔다. 너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냥 이렇게 계속 누워 있고 싶어." 나는 대답 대신 네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천천히 얽어 넣었다.
굳이 "사랑해"라거나 "행복해" 같은 과장된 말을 내뱉지 않아도 좋았다. 같은 온도의 공기를 마시고, 서로의 호흡이 겹치는 속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가끔 서로의 눈을 맞췄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호텔 문밖에는 대루각 신시대 쇼핑몰과 라라포트 같은 화려한 편의시설이 즐비했지만, 우리는 그 모든 소란함보다 이 낡은 방 안에서 나누는 정적을 선택했다. 무용한 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끼리 만났을 때 느끼는 일종의 깊은 동질감이었다. 네 손등에 닿은 내 손의 온기가 다정하게 번져갔고, 우리는 창밖으로 흐르는 기차 불빛을 배경 삼아 천천히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창밖의 기차 소리가 다정한 자장가가 되어 흐르던 밤이었다.
- 타이중역 동쪽 출구에서 도보 5분, 체크인 후 근처에서 흑당 밀크티 한 잔을 곁들여보세요.
- 대루각 신시대 쇼핑몰이 바로 옆이라, 가벼운 차림으로 영화 한 편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