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타중은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서늘한 공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지던 오후. 운동화 끈이 풀려 너덜거렸지만 다시 묶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 정도의 나른한 귀찮음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특권이라 믿으며,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호텔 근처의 작은 만두집으로 향했다. 5분쯤 걸었을까, 차가운 공기를 뚫고 하얀 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가게가 보였다. 얇은 피 속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육즙이 입술에 닿는 순간, 비로소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화려한 미식은 아니었지만, 으슬으슬한 거리에서 만난 그 온도는 무엇보다 완벽했다.
"너 분명히 칫솔 안 챙겼지?" 서로의 빈틈을 찾아내려는 유치한 내기가 시작됐다. 결과는 둘 다 꽝. 우리는 Shuang Xing Da Fan Dian의 조금은 빛바랜 카펫 무늬를 내려다보며 서로의 엉성함을 한참이나 비웃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정갈한 공기와 깨끗한 침구 덕분에 비난은 금세 멈췄다. 적당히 낡았다는 건, 그만큼 이곳이 우리를 편안하게 품어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바로 옆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많은 버블티 가게들 사이에서 우리는 욕심껏 서로 다른 맛의 음료를 세 잔이나 샀다. 쫀득한 타피오카 펄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다. 결국 배가 너무 불러 걷는 것조차 고역이 된 우리 모습에,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선택을 비웃으며 길거리에서 한참을 낄낄거렸다.
방 창가에 기대어 타중역의 야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도시의 불빛들이 검은 도화지 위에 흩뿌려진 작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곁에 있는 이와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정적은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특별한 대화 없이도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빈틈이 촘촘히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감촉이 살결에 닿을 때의 쾌감이 좋았다. 천장의 냉난방기가 내뱉는 낮은 기계음이 일정한 리듬으로 방 안을 채웠고, 그 소음은 오히려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방이 아주 넓지는 않았지만, 구석에 가방을 툭 던져두고 대자로 눕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그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그래서 가장 호사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Shuang Xing Da Fan Dian의 기계식 주차장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좁은 철제 공간 속으로 차가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갈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금속이 맞물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직원의 능숙한 수신호로 차가 안착하자, 참았던 헛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런 소소한 소란함이야말로 여행의 생동감을 더해주는 양념 같았다.
거창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낯선 도시에 와서, 좋아하는 사람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어 먹었을 뿐이다. 돌아가는 길, 손에 든 가방은 올 때보다 훨씬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2월의 타중은 적당히 쌀쌀했고, 우리의 마음은 그 온도만큼이나 적당히 설레고 즐거웠다.
기차역의 소음마저 아득한 자장가처럼 들리던 포근한 밤이었다.
- Shuang Xing Da Fan Dian 바로 옆 쇼핑몰에서 취향껏 버블티 투어 하는 거 진짜 추천해.
- 아침 일찍 호텔 근처 만두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만두 꼭 먹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