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를 했다. 골목 끝 숨겨진 맛집을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하지만 결과는 셋 다 길을 잃은 처량한 신세였다. 낯선 전봇대 아래서 십 분 동안 멍하니 자판기 커피만 바라봤다. 얇은 종이컵 벽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가 손바닥을 간질였다. 시간 낭비였지만, 목적지 없는 방황이 주는 묘한 해방감이 우리를 감쌌다.
대루거 신시대 쇼핑몰에서 산 버블티가 손바닥에 차갑게 닿았다. 컵 표면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이 손가락 사이로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쫀득한 펄이 혀끝에 감기고, 설탕의 진한 단맛이 끈적하게 남았다. 4월의 눅눅한 공기를 가르는 서늘한 액체. 그 적당한 자극이 멍해진 정신을 깨웠다.
"여기 인테리어 완전 레트로한데?" 친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짐짓 무심하게 "그냥 낡은 거겠지"라고 답했다. 우리는 서로의 안목을 깎아내리며 낮게 낄낄거렸다. 낡은 복도에서는 오래된 종이와 먼지가 섞인 듯한 건조한 냄새가 났다. 희미한 전구 빛이 복도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오후였다.
엘리베이터 주차장은 묘한 긴장감을 줬다. 육중한 철제 공간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갈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고요를 깨는 기계의 거친 마찰음이 귓가를 때렸다. 마침내 바닥에 닿아 문이 열렸을 때, 셋이 동시에 내뱉은 안도의 한숨이 좁은 차 안을 눅눅하게 채웠다. 우리만 아는 작은 스릴이었다.
창밖으로 타이중역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신호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붉고 푸르게 깜빡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의 낮은 진동이 유리창을 타고 손끝까지 전해졌다. 도시의 소음이 낮은 주파수의 잔향으로 변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리듬에 맞춰 천천히 눈을 감았다.
Shuang Xing Da Fan Dian의 침대는 생각보다 빳빳했다. 갓 세탁한 시트에서 나는 건조한 세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몸을 눕히자 팽팽한 천의 감촉과 함께 척추가 평평하게 펴지는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표준 3인실의 넉넉한 공간은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라라포트를 걷던 길에 갑작스레 비가 쏟아졌다. 우산은 없었다. 면 티셔츠 소매가 빠르게 젖어 들고 운동화 끝이 축축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젖은 어깨를 보며 바보처럼 낄낄거렸다. 젖은 옷이 피부에 차갑게 달라붙는 감각이 묘하게 쾌적했다. 비 냄새 섞인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
4월의 타이중은 온통 하얗다. 길가에 핀 통화꽃잎이 검은색 재킷 어깨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손으로 털어내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무용한 아름다움이 곁에 머무는 찰나.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하얀 길을 걸었다.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젖은 운동화가 현관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 대루거 신시대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바로 호텔로 들어가는 코스, 추천해.
- Shuang Xing Da Fan Dian에서 타이중역 야경이 보이는 방을 요청해봐. 멍하니 보기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