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서재로 들어가는 작은 발걸음
캐리어 손잡이의 서늘한 금속 질감이 손바닥에 닿았다.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로 바퀴가 굴러가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로비의 정적을 깨우며 울려 퍼졌다. 그때, 내 손을 놓친 아이가 환호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이가 멈춰 선 곳은 Yu Yuan Hua Yuan Jiu Dian의 상징과도 같은, 17층 높이로 솟아오른 거대한 서가 앞이었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호텔의 웅장함을 뽐내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일부였겠지만, 아이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비밀이 담긴 거인의 책장처럼 보였으리라. "엄마, 저 꼭대기에는 어떤 마법 책이 있을까?"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힌 아이의 눈동자에 로비의 화려한 조명이 별처럼 박혔다. 투명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아이는 자신이 빛나는 마법 상자에 갇혀 하늘로 상승하는 기분이라며 창문에 코를 바짝 붙였다. 발밑으로 사람들이 점점 작아지는 풍경을 보며 아이는 연신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4월의 타이중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실루엣은 아이의 순수한 시선만큼이나 명료하고 투명했다.
하얀 사막 위에서 펼쳐지는 작은 모험
객실 문을 열자마자 은은한 아로마 향과 함께 쾌적하고 서늘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곧장 침대로 다이빙했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거대한 침대는 아이에게 끝없이 펼쳐진 하얀 사막이었다. "여기선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아!" 침대 위를 굴러다니며 중얼거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절로 웃음이 났다. 나는 책상 위 마그네틱 충전 패드에 휴대폰을 가져다 댔다. '착' 하고 달라붙는 경쾌한 진동과 소리가 묘하게 마음을 진정시켰다. 로즈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 냄새와 함께 가져온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이가 베개와 이불로 쌓아 올린 작은 성을 가만히 관찰했다.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나 여기서 물고기가 되어도 돼?"라고 물었다. 안 된다고 대답했지만, 아이는 이미 상상 속의 푸른 바다를 헤엄치며 산호초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Yu Yuan Hua Yuan Jiu Dian의 넓은 객실은 아이의 소란스러운 상상력마저 포근하게 흡수해 주었고,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이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 기분이었다.
소란이 잦아든 뒤 찾아온 어른의 시간
아이의 숨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을 타기 시작하고, 방 안에는 비로소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16층 창가에 기대어 타이중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낮에 보았던 통화꽃의 하얀 꽃잎들이 생각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어깨 위로 소리 없이 내려앉던 그 보드라운 촉감. 4월의 타이중은 그렇게 다정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고 몸을 담그자, 낮 동안 아이의 뒤를 쫓으며 팽팽하게 긴장했던 근육들이 스르르 풀렸다. 피부에 닿는 온기가 소진했던 에너지를 천천히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윈저 카페에서 맛보았던 몽글몽글한 오믈렛과 신선한 과일의 달콤한 풍미가 뒤늦게 입안에 감돌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식사였지만, 그 순간의 온도는 정확히 기억난다.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이곳의 침구는 구름처럼 포근했고, 공기는 더없이 쾌적했다. 누군가 힘내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그저 좋은 공간에 와 있다는 안도감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아이의 유쾌한 소란함이 시작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치였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느린 호흡으로 깜빡이는 밤이었다.
- 아이와 함께 윈저 카페의 조식 뷔페에서 갓 구운 빵의 온기와 신선한 과일을 만끽해 보세요.
- 로비의 거대 서가 앞에서 아이와 함께 가장 높은 곳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며 사진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