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키를 대자 툭, 하는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3월의 오후 햇살이 꿀처럼 진득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Yong Feng Zhan Jiu Dian의 객실은 깊은 정적이 고여 있었다. 카펫 위에 내려앉은 빛의 조각들을 조심스레 밟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발끝에 닿는 도톰한 카펫의 감촉이 생각보다 푹신해 걷는 속도가 자연스레 느려졌다.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 끝에 걸터앉자,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가 내 몸의 무게만큼 깊게 움푹 들어갔다. 바스락거리는 리넨의 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공기는 적당히 건조해 피부에 닿는 온도가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였다. "생각보다 넓네." 나지막이 뱉은 혼잣말이 고요한 방 안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창밖으로는 타이중의 도시 풍경이 무심하게 펼쳐져 있었다. 15층, 생각보다 높은 곳이었다. 책상 위 스탠드의 매끄러운 곡선과 정갈하게 놓인 유리컵 두 개. 그 무용한 정돈함이 낯선 여행지에서의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그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들리는 캐리어 바퀴의 규칙적인 소음이 멈추고, 안도 섞인 작은 한숨이 들렸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이정표 삼아 천천히 발을 들였다. 거울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조금 지쳐 보였지만, 그 피로함조차 여행의 훈장처럼 느껴져 꽤 마음에 들었다. 그는 곧장 창가로 다가가 묵직한 암막 커튼을 젖혔다. 순간, 타이중의 거리와 건물들이 파도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3월의 서늘한 바람이 창틈으로 아주 조금 스며든 것 같았다. 그는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를 돌아보며 살짝 웃었다. 그 찰나의 미소가 방 안의 공기를 단번에 온화하게 바꾸어 놓았다. 테이블 위에 무심하게 흩어진 그의 열쇠와 지갑. 정돈되지 않은 그 작은 무질서가 우리가 비로소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했다. 호텔 특유의 은은한 세제 냄새와 그의 살냄새가 섞여 방 안을 포근하게 채우고 있었다. 셔츠 깃의 작은 구김조차 이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사랑스러웠다.
함께 읽어낸 온기의 기억
우리가 함께 발견한 것은 욕조의 온기였다. 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둔탁한 소리를 함께 들었다.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욕실 전체를 뿌옇게 덮었고,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는 정확히 적당했다. 그 순간,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마음의 매듭이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젖은 솜이 물속에서 가볍게 퍼지는 것처럼. 욕실 거울에 하얗게 낀 서리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닦아내며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맞추었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규칙적인 서로의 숨소리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Yong Feng Zhan Jiu Dian에서 제공한 비누의 옅은 향기가 수증기와 섞여 코끝에 머물렀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느껴진 서늘한 공기가 오히려 물속의 따뜻함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했다. 두툼하고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몸을 감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곳에 완전히 도착했음을 느꼈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밤의 지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 15층 객실에서 타이중의 시티뷰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져보길 권한다.
- 호텔에서 도보로 정부청사나 과학박물관까지 천천히 걷는 산책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