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사이즈 침대: 가오메이 습지의 짠 내음과 7월의 끈적한 열기를 잔뜩 묻힌 채 세 사람이 동시에 쓰러졌던 찰나를 기억한다. 빳빳한 흰 시트 위에 흩어진 땀방울과 서로의 발이 엉키며 냈던 둔탁한 마찰음,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뱉은 "살았다"라는 깊은 한숨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에어컨 리모컨: 22도와 24도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영토 전쟁의 유일한 증인이다. 누군가는 춥다며 얇은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당겼고, 누군가는 여전히 덥다며 다시 버튼을 눌렀다. 딸깍거리는 작은 플라스틱 소리가 우리 사이의 가장 사소하고도 치열했던 갈등의 리듬이었다.
넓은 욕조: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뻐근한 다리를 쭉 뻗었을 때, 공간이 충분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던 멍한 표정들을 보았다. 매끄러운 타일 바닥에 튀어 오른 물방울들이 7월의 습한 기운을 씻어내던 소리와 욕실 가득 몽글몽글하게 찼던 눅눅한 증기의 온기를 기억한다.
조식 접시: 서양식 오믈렛과 대만 현지식 사이에서 갈등하던 망설임의 기록이다. 포크 끝에 걸린 소시지의 탱글함과 갓 내린 커피의 씁쓸한 향이 아침의 정적을 깨웠고, 우리는 그 접시를 비우며 오늘의 무계획을 공식적으로 확정했다.
정수기: 열기구 축제로 떠나기 전, 생수병 세 개를 나란히 세워두고 물을 채우던 조급함. 쫄쫄쫄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우리가 곧 마주할 타이중의 소란스러운 소음처럼 들렸지만, 정수기 옆의 서늘한 정적은 꽤 쾌적했다.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타이중의 7월은 온통 하얀색이다. 햇빛이 너무 강해 세상의 모든 색깔이 증발해 버린 것 같은 그런 하얀색. 습도는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젖은 수건 같았다. 우리는 '완벽한 모험'을 계획하고 당당하게 이곳에 왔지만, 정작 우리가 한 일은 Yun Ping Jing Pin Lv Guan의 넓은 객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방 안의 공기는 바깥과 완전히 다른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에어컨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서늘함이 땀에 젖은 목덜미에 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켰다. 다행히 객실이 넉넉해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두어도 발 디딜 틈이 있었고, 온화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함께 나눈 무료 조식은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주었다. 욕실의 넓은 공간에서 서로의 세면도구를 챙기며 툭툭 내뱉던 농담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시간들. 그 모든 무용한 순간들이 사실은 여행의 정수였다.
우리는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냥 덥고, 배고프고, 가끔은 같이 있는 게 귀찮았지만, 결국엔 다시 같이 웃었다. 호텔의 하얀 벽지는 우리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를 묵묵히 흡수했다. 7월의 오후,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가 창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외출을 포기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그 무용함이 주는 쾌적함은 무엇보다 달콤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충분했다.
에어컨의 일정한 기계음과 뺨에 닿는 차가운 수건의 감촉.
- 가오메이 습지는 일몰 직전에 방문하되, 반드시 강력한 휴대용 선풍기를 챙길 것.
- Yun Ping Jing Pin Lv Guan의 조식 커피로 잠을 깨운 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