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미션으로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을 것인가'에 대한 내기를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셋 다 길을 잃었다. 덜컹거리는 무거운 캐리어 네 개가 보도블록 위에서 내는 소란스러운 소음과 11월 타이중의 서늘한 바람을 뚫고 Yun Ping Jing Pin Lv Guan 로비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몰골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대체 예약은 누가 한 거야?"라는 질문이 허공을 떠돌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었다. 레몬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로비의 정적을 깨는 우리의 소란스러움이 조금 미안했지만, 실은 그 무질서함이야말로 우리 식의 완벽한 여행 시작이었다.
Yun Ping Jing Pin Lv Guan이 가르쳐준 사소한 진실들
삐걱거리는 침대가 알려준 리듬: 침대는 조금만 뒤척여도 정직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덕분에 옆 사람이 언제 잠에서 깼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알람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 리듬에 맞춰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눈을 떴다.
전략 회의가 가능한 욕실의 규모: 욕실이 생각보다 너무 넓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셋이 나란히 들어가 다음 날의 동선을 짜는 전략 회의를 해도 충분할 공간이었다. 씻는 곳이라기보다 작은 캠핑장을 옮겨놓은 듯한 해방감이 묘하게 기분을 들뜨게 했다.
다정한 온도의 단출한 조식: 화려한 뷔페는 아니었지만, 아늑한 레스토랑에서 맞이한 조식은 충분히 다정했다. 갓 구운 토스트의 바삭한 질감과 묵직한 커피 향이 잠덜 깬 정신을 부드럽게 깨워주었다. 과한 성찬보다 이런 적당한 온기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공기청정기가 주는 정직한 안식: 객실마다 배치된 공기청정기의 낮은 웅웅거림은 도시의 소음을 지워주는 화이트 노이즈가 되어주었다. 깨끗하게 걸러진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밖에서 겪은 모든 혼란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리스트 밖에서 만난 붉은 침묵
계획표에는 없던 일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우연히 마주친 추홍곡 생태공원은 도심 한가운데에 푹 꺼진 초록색 분지 같았다. 설계자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그 길을 따라 내려가자, 자동차 경적 소리는 어느덧 멀어지고 숲의 숨소리가 가까워졌다. 22도 정도의 적당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고, 우리는 붉게 물든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의 인생이 더 엉망인지, 내년에는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지 같은, 평소라면 쑥스러워 하지 못했을 고백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유리 전망대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잎들이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느린 호흡처럼 보였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응시했다. 무언가를 억지로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런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맛본 아기 삼대의 복주 의면은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어우러져 완벽한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입안 가득 퍼지던 그 뜨거운 김과 고소한 풍미가 아직도 생생하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으니, 모든 것이 딱 좋았다.
- 추홍곡의 유리 전망대에서 도시의 소음을 뒤로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낼 것.
- 아기 삼대의 복주 의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느긋하게 산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