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뜬금없는 회전목마였다. 비즈니스 호텔인 Zhong Ke Da Fan Dian에 웬 회전목마인가 싶어 다들 멈춰 섰다. 무표정한 말들이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정적 속에 낮게 깔렸다. 누구 하나 타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무용한 회전의 리듬에 홀린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충덕 맛집 거리의 우육면 집. 문을 열자마자 진한 육수 냄새가 습한 공기를 뚫고 코끝을 강타했다. 숟가락으로 뜬 국물은 묵직한 온도를 품고 있었고, 입술에 닿는 기름기는 미끈하면서도 고소했다. 너무 뜨거워 헉헉거리며 면을 들이켰지만, 혀끝에 남은 알싸한 향신료의 여운이 꽤 근사했다.
"이게 정말 효율적인 서비스라고?" 친구가 툭 던진 말에 헛웃음이 났다. "그냥 낡았다는 말을 세련되게 포장한 거 아니야?" 나는 대답 대신 체크인 서류의 거친 종이 질감을 만졌다. 사실 실용적이라는 말은 때로 낡음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투박하고 정직한 낡음이 주는 편안함에 금세 길들여졌다.
문심충덕역까지 남은 거리 300미터. 누군가는 금방이라고 했지만, 4월의 눅눅한 습도는 그 짧은 거리를 끝없는 늪처럼 느끼게 했다. 신발이 불편하다며 칭얼거리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냥 더 빨리 걸으라고 쏘아붙였다. 투덜거림조차 여행의 배경음악처럼 느껴져, 우리는 서로의 짜증을 농담처럼 주고받으며 웃었다.
타이중 민속공원을 걷다 보면 바람을 타고 하얀 통화꽃 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검은색 재킷 어깨 위에 내려앉은 작은 잎 하나. 억지로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4월의 공기는 미지근한 물속을 걷는 것처럼 피부에 부드럽게 감겼고, 그 온도는 마음속의 소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Zhong Ke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졌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이 일정한 박자로 방 안을 채우고, 아무런 무늬 없는 평평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예고 없이 쏟아진 4월의 소나기. 우리는 젖은 신발을 끌고 허둥지둥 로비로 뛰어 들어왔다. 옷가지에 밴 눅눅한 아스팔트 냄새와 빗방울의 서늘함이 교차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회전목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돌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의 로비, 그리고 묵묵히 회전하는 말들. 그 이질적인 풍경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거창한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그저 곁에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몸을 깊숙이 묻을 수 있는 푹신한 침대가 있었으며, 길가엔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피어 있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우리는 또 서로 티격태격하며 무용한 회전목마를 바라볼 것이다. 그 사소하고 무의미한 반복이 우리를 다시 이곳으로 불러들일 이유가 될 것이다.
캐리어 바퀴 소리가 정적의 복도를 길게 가로질렀다.
- 로비의 회전목마 앞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어 봐. 마음이 편해져.
- 호텔 주변 맛집 거리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봐. 다 성공적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