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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허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6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마치 젖은 수건처럼 무거웠다. 피부에 척척 달라붙는 습기는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눅눅함을 밀어 넣었다. 오후 내내 쏟아진 소나기 덕분에 거리의 가로수들은 평소보다 더 짙은 초록색을 띠며 번들거렸고, 보도블록 사이사이에는 작은 웅덩이들이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젖은 신발을 질질 끌며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그저 눅눅한 공기에 지쳐버린 몸이 본능적으로 당분을 갈구했을 뿐이다. 비닐봉지 속에는 노란 망고 몇 알과 이름 모를 현지 과자들이 가득 담겼다. 봉투 손잡이가 손가락 마디를 파고들 만큼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졌다.

`Zhong Ke Da Fan Dian`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멍하게 돌고 있는 회전목마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 무심한 표정으로 원을 그리는 말들의 움직임은 마치 정지된 시간 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 기묘한 회전 속도를 잠시 멍하니 구경하다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복도는 정적에 잠겨 있었고, 방 문을 여는 순간 쏟아져 들어온 것은 날카로울 정도로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었다. 밖의 끈적한 습기를 단번에 밀어내는 그 서늘한 감각이 피부에 닿자, 비로소 우리가 안전한 요새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망고 과즙과 함께 뱉어낸 진심들

"야, 너 졸업하고 진짜 뭐 할 거야?"

망고를 깎던 녀석이 무심하게 물었다. 서걱거리는 칼질 소리와 함께 노란 과즙이 도마 위로 툭툭 떨어졌다. 나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 낮은 조도의 천장을 바라봤다. `Zhong Ke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내 작은 기침 소리가 벽에 부딪혀 희미한 메아리로 돌아올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그 여유로운 공간감이 오히려 내 안의 공허함을 더 크게 부각시키는 기분이었다.

"몰라. 그냥 이렇게 계속 누워 있고 싶어. 평생."

"미친놈. 근데 나도 그래.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살면 안 되나?"

우리는 동시에 낄낄거렸다. 녀석이 건넨 망고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혀끝에 닿는 강렬한 단맛과 함께 부드러운 과육이 녹아내렸다. 끈적한 과즙이 입술 주변에 묻었지만 닦아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귀찮았고, 이 나른한 무기력함이 나쁘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다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아주 조금 열자, 비에 젖은 흙냄새와 풀비린내가 섞인 타이중의 밤공기가 스며 들어왔다.

"너 아까 로비에서 회전목마 타려고 했지? 다 봤어."

"아니거든. 그냥 관찰한 거야. 저 말이 몇 바퀴나 도나 궁금해서 그랬지."

"관찰은 무슨. 눈에서 광채가 나더라. 뻔뻔하긴."

우리는 서로를 깎아내리는 시시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특별한 철학도, 거창한 계획도 없는 대화였다. 하지만 그 무의미한 소음들이 방 안의 정적을 적절히 채워주었다. 넓은 방 덕분에 서로의 발이 닿지 않아도 충분한 거리감이 유지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영역을 확보한 채, 오직 망고의 진한 단맛과 서로의 한심함에만 집중했다. 그것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발견한 가장 효율적이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여백

망고 그릇이 깨끗이 비워졌다. 과자 봉투는 구겨진 채 바닥에 굴러다녔고, 뜨거웠던 대화도 어느덧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이제 에어컨의 낮은 웅성거림과 간헐적인 빗소리만이 남았다. 한 녀석은 이미 침대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규칙적이고 얕은 숨을 내뱉고 있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욕조는 몸을 충분히 담그고도 남을 만큼 컸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천천히 몸을 밀어 넣었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적당했다. 낮 동안 낯선 거리를 헤매며 쌓였던 다리의 피로와 마음의 소란이 뜨거운 물속으로 천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욕조 끝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내일의 일정을 계획하지 않아도 되는 밤, 무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과 압박감이 물결을 따라 흩어져 사라졌다. 충분했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젖은 옷가지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치우지 않았다. 그것은 내일의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저 이 따뜻한 물의 온기와 완벽한 정적 속에 머물며, 나 자신을 완전히 놓아주고 싶었다. 어둠이 내린 방 안에서 오직 물소리만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 하나가 느리게 아래로 선을 그리며 내려갔다.

  •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 망고와 현지 밀크티의 달콤한 조합을 추천한다.
  • 호텔 근처 바비큐 전문점에서 포장해 온 고기를 차가운 맥주와 곁들여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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