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훠 호텔에서의 아침은 정적보다는 기분 좋은 소란함으로 시작된다. 둥근 창문 너머로 스며든 12월의 낮은 햇살이 거실 바닥에 커다란 금빛 동그라미를 그려낸다. 첫째는 토스트 위에 딸기잼을 듬뿍 얹느라 접시 주변을 끈적하게 만들었고, 둘째는 과일이 아직 덜 익었다며 입술을 삐죽거린다. 나는 그 소란을 배경음악 삼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천천히 들이켰다. 50년의 세월을 품은 집 특유의 묵직한 고목 냄새와 갓 세탁한 시트의 빳빳하고 깨끗한 향기가 공기 중에서 부드럽게 섞인다. 아이들은 거실의 파도 모양 난간을 꼭 쥐고는 "엄마, 여기 진짜 바다가 있는 것 같아!"라며 환호성을 지른다. 18도의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가 피부 끝에 닿지만, 실내의 온기는 마음까지 적당히 데워준다.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체크아웃까지 남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흘린 잼을 닦아내고, 다시 한번 둥근 창밖의 풍경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아침이다.
골목 끝에서 만난 달콤함, 쫄깃한 육원의 기억
의사 골목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겨울 공기가 차갑고 건조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닿는 구두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진다. 점심으로 선택한 것은 창화의 명물인 육원이다. 쫄깃하고 투명한 피 속에 아삭한 죽순과 고소한 고기가 빈틈없이 꽉 차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위에 듬뿍 얹어진 찹쌀 소스의 진득한 달콤함이었다. 첫째의 입가에 갈색 소스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닦아주려 했지만, 아이는 이미 다음 조각을 입에 넣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혀끝에 남는 강렬한 단맛에 아이들은 "이건 꼭 사탕 같아!"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길거리에서 서서 먹는 식사는 조금 불편하고 어수선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이 여행의 진짜 얼굴처럼 느껴진다. 둘째가 갑자기 멈춰 서서 보도블록 틈에 핀 작은 들꽃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아이가 다시 걷기 시작할 때까지 아무런 재촉 없이 가만히 기다려 주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는 여행, 그저 배를 채우고, 걷고, 가끔은 멈춰 서는 일. 이 느릿한 호흡이 주는 평온함이 나쁘지 않은 오후다.
깊어가는 밤의 위로, 파파야 우유와 낮은 숨소리
다시 싼훠 호텔로 돌아와 4인실 침대에 몸을 깊숙이 던진다. 리모델링된 욕실의 타일은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매끄럽고 기분 좋게 따뜻하다. 욕실 위치를 한곳으로 모았다는 운영자의 고집스러운 배려가 동선 하나하나에서 세심하게 느껴진다. 저녁으로는 근처 시장에서 사 온 파파야 우유를 꺼냈다. 신선한 파파야의 진한 단맛 뒤에 아주 살짝 스치는 쌉싸름한 끝맛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들은 우유를 마시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방 안은 아이들의 규칙적이고 쌕쌕거리는 숨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잠시 4층 루프탑으로 올라가 밤공기를 마신다. 공기는 차갑지만, 발아래로 낮게 깔린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듯 아늑하다. 50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건물이 내뿜는 특유의 안도감이 온몸을 감싼다. 화려한 최신 시설은 없어도, 낡은 가구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박한 방.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아이들의 작은 손과 발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나도 함께 눕는다.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순간, 비로소 하루의 긴장이 완전히 풀려난다.
둥근 창문 너머로 오늘의 불빛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 창화 시내의 60년 전통 목구아 우유의 진한 달콤함을 꼭 경험해 보세요.
- 12월 말 방문하신다면 팔괘산 대불 광장의 월영등 축제가 만드는 환상적인 야경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