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지금처럼 별일 없이, 적당히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며 지내고 있기를. 우리가 함께 걷던 그 겨울의 창화, 그 서늘하고도 다정했던 공기가 아주 조금은 그리워졌을지도 모르겠네.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을 겨울의 조각들
세상을 동그랗게 오려낸 창문: 싼훠 호텔의 원형 창문은 바깥 풍경을 정갈한 원형으로 가두어 두어 마치 한 폭의 살아있는 동양화를 보는 듯했으며, 1월의 옅은 햇살이 먼지 섞인 바닥 위로 조용히 내려앉던 그 나른한 오후 우리는 누가 더 멍하게 창밖을 보는지 내기를 하다 결국 서로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함께 잠들었다.
혀끝에 감기던 육원의 달콤한 점성: 창화의 육원 소스는 생각보다 끈적하고 진해 입술에 닿는 느낌마저 농밀했으며, 추운 거리에서 한 입 베어 문 뜨거운 고기완자의 온기가 입안 가득 퍼질 때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보며 낄낄거리던 웃음소리가 겨울의 서늘함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이 맛에 여행 오는 거지"라며 웃던 너의 표정이 그 달콤한 소스처럼 기억 속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다.
의사 골목의 낮은 정적과 발소리: 호텔 주변의 좁은 골목을 걸을 때 들리던 규칙적인 발소리는 고요한 공기를 가르는 유일한 리듬이었고, 화려한 관광지보다 낡은 벽돌 사이로 스며든 차가운 겨울 공기가 피부에 닿는 이 무용한 정적이 좋아 "그냥 여기 계속 있고 싶다"던 누군가의 나직한 혼잣말이 공중에 흩어지던 순간이 선명했다. 낡은 건물들이 내뿜는 특유의 눅눅한 흙냄새와 차가운 바람이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던 그 길은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로디 인형과 함께한 밤의 산책: 팔괘산의 등불 축제에서 만난 커다란 로디 인형들의 엉뚱한 화려함은 겨울밤의 적막함과 묘한 대비를 이루었으며, 뺨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을 뚫고 걷다가 문득 돌아본 친구들의 코끝이 빨갛게 익어 있던 그 유치하고도 따뜻한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화려한 등불 빛이 눈동자에 맺히던 순간, 우리는 이유 없이 행복했고 그 단순한 감정이 겨울밤의 추위를 잊게 할 만큼 강렬한 온기로 다가왔다.
5년 뒤 이 기록을 다시 펼쳐본다면
우리는 아마 방 번호 같은 건 잊었겠지만, 싼훠 호텔의 50년 세월이 밴 눅눅한 나무 냄새와 매끄러운 욕실 타일의 촉감은 기억할 것이다. 구관 온천 후 올라간 4층 루프탑에서, 날카로운 겨울 공기를 가르며 나누어 마신 차 한 잔의 온기가 손바닥에 남았던 그 순간. 대단한 계획 없이도 이 낡은 옥상의 밤하늘만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던 그 무해한 마음이 5년 뒤의 우리를 다시 이곳으로 불러낼지도 모른다.
낡은 열쇠가 덜컥, 돌아가며 문을 닫는 소리.
- 60년 전통의 파파야 우유를 마시며 느릿하게 골목을 걸어볼 것.
- 호텔 옥상에서 아무 말 없이 10분만 밤하늘을 바라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