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고철역의 소란스러운 인파를 뒤로하고 주택가 깊숙이 발을 들였다. 1월의 공기는 바스락거릴 만큼 건조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은 기분 좋게 서늘했다. 무거운 캐리어 바퀴가 보도블록 위를 구르는 규칙적인 소음만이 정적을 깨우던 길, 명확한 표지판 없이 숨어 있는 타이중 고속철 모텔를 찾아 잠시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곧 나타난 주인 내외분의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서두름 없이 느긋했고, 무심한 듯 다정한 눈빛에는 낯선 여행자를 향한 은근한 환대가 깃들어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압도적인 공간의 여유였다. 보통의 호텔 방은 가방 하나만 펼쳐도 발 디딜 틈이 없어 늘 긴장하게 되지만, 이곳의 4인실은 달랐다. 아이들이 거실에서 작은 소동을 피워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마치 우리 가족만을 위해 준비된 작은 요새 같았다. 빳빳하게 말라 햇볕 냄새가 나는 하얀 시트 위로 겨울 햇살이 길게 누워 있는 풍경을 보며, 나는 비로소 여행자의 긴장을 내려놓았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깨끗하게 닦인 바닥과 정돈된 가구들이 주는 정갈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집에서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누워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저 누워 있는 행위 자체가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되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 그곳에서 발견한 가장 반짝이는 조각은 무엇이었을까?
"와, 여기는 진짜 물놀이 실험실 같아!" 둘째가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구조가 아이들에게는 거대한 발견이자 놀이터처럼 다가온 모양이다. 바닥에 물이 흥건해도 거실까지 젖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들은 한참 동안 물줄기를 이용한 비밀스러운 실험에 몰두했다. 도톰한 수건의 포근한 촉감과 적당한 수압의 물소리가 욕실 안을 가득 채웠고, 청결한 상태 덕분에 아이들을 바닥에 그냥 앉혀두어도 마음이 놓였다.
잠시 밖으로 나가 창화의 거리에서 맛본 파파야 우유는 또 다른 감각의 발견이었다. 60년 전통이라는 가게의 우유는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신선한 파파야의 묵직한 단맛 끝에 아주 미세하게 스치는 쌉싸름함. "엄마, 우유가 조금 이상한데 계속 마시고 싶어!" 아이들은 빨대를 쪽쪽거리며 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킥킥거렸다. 그 묘한 뒷맛이 오히려 이 도시의 진짜 얼굴처럼 느껴졌다.
밤이 되어 찾은 팔괘산 대불 풍경구의 '월영등제'는 그야말로 빛의 향연이었다. 1월의 밤공기는 제법 차가워 어깨를 움츠리게 했지만,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등불들이 온기를 더했다. 아이들은 로디 말 모양의 조형물을 보며 폴짝거렸고, 투명한 하늘 보도를 걸으며 저 멀리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가리켰다. 거창한 교육적 가치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반짝이는 것을 보고 함께 감탄하고, 차가워진 서로의 손을 꼭 맞잡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주는 충만함이 있었다. 아이들의 눈동자에 비친 등불의 색깔들이 방금 마신 파파야 우유의 연한 주황빛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나는 이 순간의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저장했다.
체크아웃의 순간,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단 하나의 장면은 무엇일까?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을 때, 타이중 고속철 모텔 아주머니가 건네준 낮은 목소리의 안부가 가슴에 남았다. "머무는 동안 불편한 곳은 없었니?"라는 짧은 물음이었지만, 그 속에는 투박하면서도 진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거창한 깨달음을 얻거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그저 넓은 방에서 함께 뒹굴었고, 깨끗한 욕실에서 씻었으며, 현지의 달콤 쌉싸름한 우유 한 잔에 행복해했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여행의 완성은 유명한 명소를 몇 군데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잠드는 순간 얼마나 깊은 평온함을 느꼈느냐에 있다는 것을. 낯선 이의 친절함과 쾌적한 침구,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겹겹이 쌓인 그 공간의 공기는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특별한 계획 없이 그저 함께 누워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완벽한 여행법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창가에 고여 있던 겨울 햇살과 가족의 온기가 여전히 그립다.
- 타이중 고철역 인근 주택가의 고요한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 팔괘산 등불 축제는 밤바람이 매우 차가우니 아이들을 위한 두툼한 외투를 꼭 챙기세요.